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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길을 잃었다.

by 유진



저는 한동안 들떠있었어요. 제 삶이 둥근 공처럼 제법 잘 굴러가는 느낌이었거든요. 몸은 많이 힘겨웠지만 마음이 너무 들떠있었기 때문에 힘든 몸 따위야 어찌어찌 굴려댔지요... 원래 저는 대단히 부정적인 사람이었어요. 그 부정적이라 함은 그저 뭐가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그림자처럼 붙은 우울을 뜻합니다.

그런 우울이 17살부터 나이도 꽤나 먹은 지경까지 따라다녔었죠. 제가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시작된 우울이 거머리같이 달라붙어서 제가 하는 모든 생각에 달라붙었거든요..


저는 요즘 그 거머리를 떼어냈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몇 달 전부터는 자기 계발 서적이나 영상을 줄기차게 봤던 효과가 나타났다며 기뻐했었죠. 사실 조금은 나타나기도 했고요. 그러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작가라는 막연한 꿈을 현실로 끌어당겨보려고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확언을 했답니다. 그 결과 저는 우연히 제 눈에 띈 문구를 보며..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참가신청을 냈어요.


세상에.. 작가라니.. 진짜 내가 책을 낼 수 있다니..


너무도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었죠. 저는 너무 기뻤어요.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했던 확언이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것이라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답니다. 저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해요. 뭔가에 몰두를 하게 되면 분명히 잃는 것이 있게 되죠.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뜻이랍니다. 제 집중력은 딱 그 정도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에 몰입을 할 때 그것이 즐겁다면 푹 빠져버리는 증상이 나타나죠...


사실 제가 이렇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거든요.

살면서 단 한 번도 진심으로 기뻐서 몰두해본 기억이라곤 없던 저는 너무 좋아서 정말 무섭게 몰두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행복했어요. 잠을 안자도 좋았고 먹지 않아도 좋았어요. 모든 게 다 좋았죠... 진짜 너무 행복해서 내가 미친 건가 싶었어요.. 그 정도로 행복했어요.


하지만 오늘 저는 또다시 방향을 잃었어요. 묻어두었던 우울이 다시 달라붙어버렸거든요. 모르겠어요. 너무 마음이 복잡하고 참담한 기분이 들어서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숨이 넘어갈 것 같았거든요. 읽으시는 분께 죄송해요. 전 지금 제가 숨쉬기 위해 쓰고 있는 거니까요. 작다면 작은 일들이 며칠 사이에 있었고 순간순간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잠깐을 제외하면 이런 우울과 싸우고 있었어요. 좋은 기억을 꺼낼 땐 그 순간은 너무 좋았고 좋은 추억을 꺼낼 때도 그 순간은 너무 좋았으니까요. 제가 그래서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네요..


우울은 저를 두고 간 게 아니었더군요. 그냥 잠시 가만히 있었던 것뿐이었죠....


이 마음에 덮쳐지지 않으려고 지금 발악하는 중인 거죠.. 저는 진짜 너무 지긋지긋하거든요.....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도 써보고 아무리 해도 도저히 되지가 않아서 글을 쓰고 있어요. 아이 앞에서는 저는 언제나 웃거든요. 아이랑 함께 병원에 몇 차례 다녀왔어요... 여러 가지 검사도 했었죠. 왜 나를 닮았을까... 왜 이렇게 미안하게 나를 닮았을까.. 저는 자가면역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요. 그런데 제 아이도 그렇다네요..

아직도 여러 가지 남아있는 검사도 있고요... 다른 분야..


지난날을 돌아보면 온통 어리석음 뿐이었고 실수가 너무 많아서 생각하기도 싫지요... 그냥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든데.. 나는 누구하고 이 힘듦을 나누지??


오늘따라 마음이 더 무거웠죠. 오늘 오후부터 쭉 이어진 여러 가지 감정들이 결국 밤이 되자 쓰나미처럼 저를 덮쳐버려서 정신 차려보니 홀로 서 있더라는 딱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전 웃어야 해요. 엄마니까... 아이 앞에선 절대 슬픈 표정도 슬픈 눈도 슬프게 울지도 않아요. 전 엄마니까요.


하지만 전 사실 모든 게 두려워요. 전 강하지도 않고 나약했고 제가 극도의 우울을 겪었을 때 제 아이가 제 마음속에 없었다면 저는 다른 선택했을지 몰라요. 티브이 속의 아픈 뉴스를 보면서 사실은 그들의 마음도 이해했어요.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지..


피에로... 제가 딱 그 피에로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어요. 제가 아는 모든 사람 중 단 한 사람도 그런 저를 알아채지 못했어요. 단 한 사람도 없었어요. 단 한 사람도.... 그걸 알아챈 사람은 저뿐이었죠.

저는 그런 제가 너무 불쌍했고.. 같이 엉엉 울며 그렇게 이겨냈어요.

이번에도 그렇게 우리 함께 이겨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어요..

지난 두 달간은 앞만 보고 기쁨만 있는 사람처럼 달려왔는데 갑자기 제가 있던 공간이 사라져 버린 기분입니다.

밤이 깊어지면 좀 울어야겠어요... 그냥 가슴을 문지른다고 쉬 사라질 울음이 아닌 거 같네요...

뱉어내야 숨이 쉬어질 거 같아요.. 모두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서... 이렇게 글이라도 쓸 수 있어서...


앞으로도 견딜 수 없으면 그냥 써야겠어요... 조금 전보다는 숨이 쉬어지네요...

누가 되셨든 읽어주심에 감사해요.. 만나본 적 없는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건... 잔잔한 위로가 되네요..

사실 저는 오랫동안 살 던 도시에서 뚝 떨어져... 친정 가족과 가까운 곳으로 새 둥지를 틀었어요..

이런 말은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는데... 용기를 내봅니다..


저는 지금 혼자거든요..

어떤 의미인지는 아실 거라 생각해요... 네... 그런 혼자요..

두려움 투성이인 제가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해나 간다는 건 언제나 어려움이었어요.

저는 몸이 약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씩씩하게 해 나가려 노력했죠.. 무엇이든 고치고 무거운 것도 척척 들고.. 항상 혼자서 선택을 해야 했죠.. 그 선택이 올바르게 못했다면 다시 자책을 하고요...


오늘의 이 마음도 제발 흘러가길 바랍니다. 내일은 아이에게 웃어줘야 하는데.. 다시 재미있는 엄마로 돌아와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웃겨요... 어떻게 이런 지긋지긋한 우울을 속에 담고서 그렇게 웃고 살 수 있을까요.. 그런 제가 너무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저는 16살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아이였거든요..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저를 잠식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17이 되면서 제 꿈이 환상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후.. 우울과 함께 웃으며 살아왔는데... 이젠 이란성쌍둥이처럼 저랑 붙어버린 거랍니다. 극단적인 두 인격이 서로 붙어있는 거 같이 느껴져요...


가족은 그런 저의 밝은 아이를 알고.... 저는 그런 저의 슬픈 아이를 알죠...


브런치 작가 되길 잘했어요.. 이렇게 쓰는 게 이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어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글을 쓰는 것이 가장 강력한 치유라고...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책을 내게 되었다고 했더니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그 느낌... 나를 진짜 인정해주는 느낌..

저는 엄마에게서 그런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봤거든요..

너무나 헌신적이고 사랑해주심에 감사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많은 생각들이... 좀 복잡했어요 그 감정이...


저는 좀 전에... 글쓰기 사이트에서 제 글 몇 개를 지워버렸어요... 너무 행복해서 눈이 멀어서.. 행복에 겨워서 소중히 올렸지만... 아까의 저는 그 모두를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거든요..

차마 다 지우지는 못하고 몇 개만 지웠죠...

내가 왜 그랬을까....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왜 싹 다 지워버리고 싶었을까...


내일의 저는 다를 수 있겠죠... 오늘 저의 참담함이 그런 돌풍 같은 감정들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죠..

세상에서 제일 웃긴 개그맨이 저라는 아이인데... 돌아와야지요..

그런 사람도 제가 맞고요..


독백 같은 고해성사 같은 지루한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해요..

밤새 물에 씻기듯 그렇게 흘러가 길 바래요..

내일은 다시 웃기는 엄마가 되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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