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Aug 03. 2024

조용한 adhd 에세이 5

뚱땅 뚱땅 우당탕





학교 가다 자빠지고

집에 오다 자빠지고

학원가다 자빠지고

돌아오다 자빠지는

나는야 프로 덤벙이







학교 갔다 오늘길에 횡단보도에서 넘어져서 무릎에 바른 왼쪽무릎에 바른 빨간약, 학원 가다가 자빠져서 오른쪽 무릎에 바른 빨간약, 다시 집으로 돌아오다 인도의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넘어져 바른 빨간약..

내 무릎은 매일 약을 바르느라 번갈아 가며 빨간색이었다.

그때 엄마가 발라준 소독약은 죄다 빨간색이었고 호호 불어 잘 마르면 촉촉한 연고를 발라주셨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넘어졌다고 운 적은 없으며 벌떡 일어나 총총거리며 놀러 나가기 바빴다. 

이마가 반들거릴 정도로 햇빛을 받고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꽤나 말괄량이에 별 생각이 없었고 그냥 노는 게 전부였다.



호기심이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 미끄럼틀을 타는 게 지루했던 여름날..

나는 계단으로 미끄럼틀을 탄 적도 있었고 그날엔 내 등에도 빨간약이 잔뜩 발렸다.

조용한 ADHD였지만 내적으로는 상당한 왈가닥이었기 때문에 때론 그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어릴 땐 과감한 장난도 치고 그랬던 거 같다. 

주말의 명화에 깊은 감동을 받아 오토바이 위에서 아버지 공장에서 가져온 밧줄을 가지고

" 나는 카우보이다~ 핫핫핫!!" 큰 소리고 꽥꽥거려서 동생이 " 누나가 미친 거 같아!! "라고 한 적도 있었으니까.. 난 꽤 즐거운 어린이였던 거 같다.



중학교 1학년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친구를 돌아보며 " 나 잡아봐랑 호호호! "하고 냅다 뛰었는데 

하필 친구가 이를 악물고 잡으러 오는 바람에 뒤돌아 보던 나는 맹수 같은 친구를 보고 놀라 자빠져버렸다.

자빠진 자리는 시멘트가 울퉁불퉁하게 발린 곳이었고 나는 처참하게 갈려버렸다.

어릴 때도 자빠져서 그다지 울지 않았는데 어찌나 아프고 창피하던지 찌질하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단발머리를 잡아당겨 암막커튼처럼 얼굴을 가리고 훌쩍거리며 돌아가야 했다.

독한 것 치타처럼 빨랐어.. 다시는 이런 장난치지 말아야지..







이렇게 자빠지고 부딪혀서 다친 기억이 상당히 많다. 우연의 일치로 차례대로 점프를 할 때 하필 엎드려 숙이고 있던 친구가 벌떡 일어나 허무하게 허공에서 파닥거리다 개구리처럼 대자로 바닥에 철퍼덕한 기억도 있다.

우연이었을까? 계속 숙이고 있던 친구가 하필 그 순간에 허리가 아파 몸을 일으킬 확률..

나는 자의로 타의로 인해 이런 경험치가 많다. 

한마디로 내 어린 시절 내 몸은 우당탕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 다친 기억은 저도 많지만 어떤가요? 저 같은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남매로 자랐는데 제 남동생은 제 손을 잡고 소꿉놀이를 하던 아이라 그런지 사뿐 사뿐 걷고 곱게 다녀서 한 번도 크게 넘어진 적이 없어요.

백설공주같이 하얀 남동생의 무릎엔 빨간약이 발린 적이 거의 없거든요.

그 반면에 저는 늘 빨간약 대기조였죠 ^^



나중에 알고 보니 ADHD인 분들이 어릴 적에 많이 다친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덤벙거리는 산만함도 이유가 되었지만 균형 감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였어요.



생소하시죠? ADHD가 균형감각과 무슨 상관이야? 네 상관있습니다.

양쪽 균형감각의 발란스가 좋지 않아요.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듯 그렇게 걷는 것도 있고 걸음걸이가 조금 달라요.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기도 하거든요. 



이 부분은 균형감각을 좋게 하는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해요. 저도 몰랐던 부분이었어요.

ADHD가 있는 경우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꾸준하게 운동을 해서 체력도 키우고 신체 발란스도 균형 있게 맞추는 거죠.



가끔 제 몸이 뚱땅거린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집안에서도 여기저기에 새끼발가락이 걸리고 살림을 할 때도 뭔가 뚱땅거리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아이들 미술 전시회가 있었어요. 제가 맡은 반 아이들 작품으로  현관문 만한 대형 판에 바다를 꾸몄어요. 원장님은 "김쌤은 그거 언제까지 할 건가?"라고 물으셨고 저는 깜짝 놀라게 해 주겠다며 큰소리쳤었죠. 결국, 그 작품은 몇 년간 현관 앞에 걸려있었답니다.  원장님 마음에는 쏙 들었었나 봐요. 결과는 좋았지만 그 과정에 잔소리는 꽤나 들었어요. 워낙 친한 원장님이라 오며 가며 바다작품을 가지고 잔소리를 하셨지만 새로운 원생이 상담받으러 올 때마다 아이들 작품이라며 보여주시더군요 ㅋ




                                                     <  인공지능 이미지  >




이렇게 손은 느리고 몸은 뚱땅거리고 한번 집착하면 그거 말곤 눈에 뵈는 게 없고 제 성향이 참 특이하다는 거 인정합니다. 예전엔 이런 모습이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 이러니까 나다운 거지 뭐.' 이렇게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