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카페에 앉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햇볕의 노골적인 편애를 담뿍 받는 비스듬한 창가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의 목청을 가다듬는 것.
선크림도 안 발랐는데, 하면서도 도통 엉덩이를 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이 행위를 일련의 쾌락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 이렇게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느낌에 집중하는 게 꽤 좋다. 오늘도 역시 조금 변태스러운 느낌이었나 싶지만 ㅡ 온천에 갈 수 없다면 탈수 햇볕 샤워라도 좋아.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까지 나는 가만히 앉아 눈알을 굴린다. 자유를 찾은 눈알은 언제나처럼 말이 너무 많다. 그의 주도권이 길어지지 않게 자주 깜박여 주어야 한다. 눈이 하는 말은 대부분 ‘종이가 부숴놓은 빛줄기도 나를 태워먹을 수 있을까?’ 같은, 대부분의 경우 과거에만 머물 말들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이마가 새까매지는 게 싫었는데, 이제는 고구마가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빨대를 꽂는다. 어차피 한 명에게만 인간 같아 보이면 된다. 인간보다 고구마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말이지(?). 규칙적인 타닥임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나를 굳게 하는 추위가 가신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것이 나를 푸우 적신다.
집에선 아무 것도 안 하는 놈이 카페에만 앉으면 꽤 괜찮아지는 이유는 뭘까? 그건 한 인간에게 허락된 공간이 좁은 책상과 의자 한 쌍뿐이라는 데 있다. 집에서는 내가 오로지 이 공간을 사유한다. 나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대장이다. 대장! 대자앙! 그런데 카페에서 나의 권내에 있는 일은 딱 하나뿐이다. 눈앞의 이 일을 해치우는 것! 집에서는 빨래바구니 나르기를 절대 절대 이기지 못하는 이 일이 이 공간에서는 유일하고도 특별한 단 하나의 과업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여기서는 이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불을 끈다면 나는 곧장 쫓겨나고 말 테니까 말이지. 아… 이제 진짜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