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교육의 출발점은 대학원에 있다

by Argos ryu

엘리트 교육의 퇴보


대학은 단순히 개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 아니다. 대학은 국가가 보유한 두뇌를 길러내는 곳이며, 그 자원의 수준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 사실을 망각해왔다. 그 결과, 오늘의

한국 대학은 세계 무대에서 밀려나고 있다. 엘리트 교육의 퇴보는 한국 대학 경쟁력의 퇴보를 의미하며,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전체를 약화시키고 있다.


왜 한국의 엘리트 교육은 실패했나?


대학은 수십 년 동안 입시 경쟁의 관문으로만 존재해 왔다. 입학이 곧 성취의 전부가 되었고, 졸업은 아무

의미 없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 학위는 가볍게 남발되었고, 그 권위의 무게는 사라졌다. 입학은 좁고

졸업은 지나치게 쉬운 구조 속에서, 대학은 더 이상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보자. 그들은 매년 최상위 성적군에 위치한 고교생 60만 명 이상이 칭화대, 베이징대, 저장대 같은

명문 공과대학으로 진학한다. 이들은 국가가 설계한 철저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과학기술, 산업혁신, 국가 전략을 이끄는 두뇌 집단으로 성장한다. 그 결과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인공

지능, 우주항공, 신에너지 분야에서 기술 선도국으로 부상했다. 엘리트 교육을 곧 국가 생존 전략으로 규정

하고, 최우수 인재를 한 치의 낭비도 없이 길러낸 결과다.


우리는 어떠한가. 수능 응시생 전체가 60만 명 남짓인데, 그마저도 최상위 성적군은 대부분 의대·치대로

몰린다. 과학기술과 기초연구 분야로 향하는 최고 두뇌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과 싱가포르 대학이 세계

수위권 대학으로 안착하는 동안, 한국의 주요 대학들은 국제 무대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열정이 꺼지고 대학의 경쟁력이 정체되는 이중의 침체가 결국 한국 고등교육을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어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대학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했지만,

그 원인을 깊이 성찰한 적이 있는가? 입시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시키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우리의 대학

강의실은 탐구의 공간이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대기실이 되었다. 졸업장은 값싼 종이가 되었고, 학위는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는 껍데기가 되었다.


왜 대학원인가


한국은 오랫동안 학부 입학을 엘리트 교육의 무대로 착각해 왔다. 그러나 학부의 본령은 보편 교육에 있다. 학부는 기초 학문을 배우고, 사회적 소양을 쌓으며,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는 곳일 뿐이다. 진정한 엘리트

교육은 학부에서 이뤄질 수 없다. 연구와 창의적 탐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무대는 대학원이다.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학들 역시 학부는 넓게 열어두지만, 대학원에서는 철저히 선별과 집중을 거쳐 미래의 엘리트를

길러낸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엘리트 교육의 출발점을 학부가 아닌 대학원으로 옮겨야 한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연구와 창의적 탐구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적 엘리트 양성 코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구조는

마치 프로 스포츠에서 1군과 2군을 나눠 운영하는 시스템과 같다. 학부는 기본기를 다지는 2군의 역할을 맡아 폭넓은 인재를 길러내고, 대학원은 그중에서 정예를 추려내어 1군으로 집중 육성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예산 효율화와 집중 투자


학부 단계부터 우수 교원과 첨단 기자재를 충분히 투입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 내 모든 대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분산 투자 구조는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교수들은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행정에 시달리며 연구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 인프라는 노후화되어 국제 공동연구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첨단 장비는 활용조차 어렵다. 집중 투입될 자원마저 흩어지면서, 어느 곳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돌파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유망한 인재들은 국내에 머물 이유를 잃고 해외로 빠져나간다. 우수한 두뇌는 선진국의 장학금과

연구 지원을 따라 해외 대학원으로 떠나고, 상당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교육에 투자한 성과가 오히려

해외 경쟁국의 자산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학부는 기초 교육과 사회화에 자원을 쓰고, 대학원에는 국가적 재정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소수지만 확실한 고급 인재에게 집중 투자할 때, 투자 대비 효과는 극대화된다. 이렇게 모아진 성과는 곧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환류될 것이다.


엘리트 교육 실행 방안


변화는 구체적 설계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국립 대학원이 진정한 엘리트 교육의 출발점이 되려면, 제도와 지원 체계 전반이 재편되어야 한다.


· 교수 체계의 이원화 : 학부 교수는 기초 교육과 교양, 학사 운영을 담당한다. 대학원 교수는 연구 중심

핵심군으로 격상시켜 국가 전략 과제와 첨단 지식 생산에 전념하게 한다.


· 교수 대우 혁신 : 대학원 교수에게 파격적인 신분 보장과 연구 환경을 제공해 국내외 석학을 끌어들이고

연구 몰입을 가능케 한다.


· 연구 인프라 집중 : 첨단 기자재를 갖춘 연구소를 대학원 단위로 모으고, 국제 공동학위·공동연구·외국인

인재 유치에 파격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 대학원생 지원 체계 : 국립대 대학원생의 연구 활동을 병역 대체 복무로 인정하고, 생활비 보조와 연구비

지원을 통해 안정된 학문 환경을 보장한다. 학위 과정은 등록금 부담 없이 연구와 탐구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 대학원 3축 모델

- 서울대 대학원: 프랑스 그랑제꼴 수준의 종합 엘리트 양성소

- 지방 거점 국립대 대학원: 지역 특성화 교육의 허브

- 국립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대학원: 첨단 과학기술 집중 양성소


이 역할 분담을 통해 중앙은 국가 전략의 구심점으로, 지방은 특성과 연계된 학문의 허브로, 과기대는 첨단

과학기술 양성소로 발전하며 한국 고등교육 전체가 함께 살아날 수 있다.


국가 전략으로서의 국립 대학원 모델


엘리트 교육은 특권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다. 학부는 폭넓은 인재를 길러내는 풀이고, 대학원은 그

가운데 정예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학부와 대학원의 서로 다른 역할이 조화를 이룰 때, 한국 고등교육 전체가 살아나고 국가 경쟁력의 토대가 단단해진다. 무엇보다 이 구조는 청소년들

에게 중등교육 이후 지치지 않고 새로운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사다리를 제공한다. 입시에서 소진된 열정을

다시 살려내고, 더 큰 무대에서 도전할 길을 열어준다.


'엘리트 교육의 출발점은 국립 대학원이다.'


이 원칙이 실천될 때, 한국은 비로소 세계와 겨룰 수 있는 교육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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