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를 대체할 게임쇼로 손꼽히는 서머 게임 페스트에 5개 국내 게임사가 출전했다. 크래프톤(칼리스토 프로토콜)과 원더피플(슈퍼피플) 단 두 개 사만 참가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단순히 참가사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가 두드러졌다. 국내 게임사들이 전형성을 탈피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소울라이크 액션 어드벤처 P의 거짓의 출시일이 확정됐다. P의 거짓은 그간 국내 게임업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AAA급 소울라이크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 게임이다. 지난해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수상해 기대를 높였다. MMORPG로 득실한 국내 게임업계에 변화의 기조를 마련하는 도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롬소프트가 데몬즈 소울로 시작해 엘든링으로 결실을 본 시스템은 현 게임생태계의 주요한 장르가 됐다. 수많은 해외 개발사들이 소울라이크에 도전했고, 국내 게이머들은 한국형 소울라이크의 등장을 기다렸다. 네오위즈는 그 기대를 충족시킬 게임을 공개했고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PC, 콘솔 플랫폼 출시로 글로벌 시장을 본격 겨냥했다. 국내만큼이나 해외 게이머들의 눈길도 이어지고 있다.
넥슨의 워헤이븐과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가 해외시장을 노린 온라인 게임을 들고나왔다. 워헤이븐은 16 대 16의 백병전 TPS이고, 쓰론 앤 리버티는 오픈월드 MMORPG다. 워헤이븐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장르와 게임성을 채택해 타겟층을 명확히 했다. 주류는 아니지만 잠재력 있는 장르로 흥행을 노리는 전략이다. 쓰론 앤 리버티는 해외 배급사로 아마존 게임즈를 선정해 범글로벌 서비스를 예고했다. 엔씨가 지금껏 고수해온 리니지 라이크와 달리 PC, 콘솔을 대상으로 하고, 해외 게이머들에 맞춘 BM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FPS 크로스 파이어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IP의 명성에 힘입어 VR 버전으로 출시된다. 크로스 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하프라이프: 알릭스 이후 이렇다 할 대작이 없었던 VR 게임 시장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려는 시도로 보인다. 스마일 게이트는 로스트아크의 북미 진출에 더해 VR로의 영역 확장까지 꾀하며 글로벌 게임사로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고 있다.
MMORPG 검은사막의 대규모 업데이트 아침의 나라가 글로벌 팬들에 공개됐다. 국내에서 호평받은 콘텐츠를 해외 유저들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아침의 나라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가상 국가로, 한국의 전통 설화와 민담을 토속적인 색채로 구현한 콘텐츠다. 아직 주류화되지 않은 요소기 때문에 해외 유저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고른 국내외성적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콘텐츠를 공급해 운영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의 시도와 변화가 보여주는 행보는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도전정신이 발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온라인, 모바일 시장에 국한됐던 게임사들이 콘솔로 진출하고, 해외 유저들의 입맛에 맞추려 시도하는 것은 고착화 된 한국 게임사들의 피할 수 없는 변화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