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7
별 다를게 없는 일상이었다.
12월4일 화요일 오후 10시30분에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때까지는 말이다.
국회 경찰이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을 막고, 군인들이 국회에 무장한 채 진입했다. 늦은 밤 하늘엔 헬기가 여의도로 향하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어두운 밤하늘에 감춰져 몇대의 헬기가 국회로 향하고 있는지는 주택가 골목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만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국회의원들의 신속한 의결 투표로 현 정부의 계엄령 선포는 대략 2시간 40분만에 해제되었지만 이후 상황
주시하기 위해 놀란 가슴을 재차 쓸어내리며 뜬눈으로 아침해를 맞았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는 다소 황당하였고, 2시간 계엄령의 여파는 대통령 개인이 감수하고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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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교 문제 및 국가 신뢰도 하락
계엄령을 선포할 당시 한국-키르기스스탄 정상회담으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방한 중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계엄령 선포로 타국의 대통령이 꼼짝없이 한국에서 출국 정지되었을 뻔하였다. 명백한 국가적 결례이다.
비단 키르기스스탄과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있음에도 미국 정부에게 아무런 공식적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은 한국의 계엄령 선포를 뉴스를 통해 전해 들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표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예정되었던 미국 비자 발급 인터뷰가 연기되고 당장 출국 스케쥴이 있는 사람은 발만 구를 뿐이다.
외교적 문제와 한국 사회의 불안감으로 태국의 한 환전소에서는 원화 환전을 일절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그동안 대한민국 시민이 쌓아올렸던 대한민국의 선도적 이미지와 여권 파워, 대한민국의 경제적 힘은 2시간의 계엄령으로 그 힘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되어버렸다.
2) 연금 문제
원화 가치의 하락은 달러 환율의 상승을 의미한다. 계엄령 선포 직후 달러 환율은 1429원까지 치솟았다. 원래도 희망차게만 볼 수 없었던 경제 상황 속에서 현재는 IMF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위해 꺼내든 대책이 국민 연금이다. 국민 연금으로 1410원대의 환율 방어를 지속하고 있지만 언제 환율이 폭등할지도 모르거니와 애초에 현 젊은층들이 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던 상황에서 젊은층의 미래를 끌어다 언제까지고 방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행정부-입법부, 민주국가의 기본 삼권분립은 지켜지고 있는가
내가 초등학생이었을때, 민주국가란 무엇인지 우리나라 정부형태는 어떠한지 배울때 가장 먼저 공부한 내용이다. 권력을 셋으로 나눠 서로 독립적인 일을 하면서 한 곳이 과도한 권력을 잡지 않고 국민의 자유와 이익을 무시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 삼권분립이다.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자면 과거 검사 출신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이며 오히려 민주국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는 생각 마저 들게 한다.
국회 경찰이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 시민을 막고 통제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준하는 행위인가.
자신이 입법부의 의견과 다르다고 그들을 종북 반국가세력이라 명명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준하는 행위인가.
포고령에 작성되어 있는 바과 같이 국민을 향해 '처단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준하는 행위인가.
(+12월7일 10시 대통령 담화 내용) 행정부의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준하는 행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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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사람들과 점심 식사를 할때 식당 벽걸이 티비에서 들려오는 뉴스나 포털사이트 해드라인에 크게 적혀있는 뉴스가 아니면 굳이 자세히 찾아보지 않는 어쩌면 정치에 무지하다고 할 수도 있는 소시민이다. 지친 하루의 끝으로 핸드폰 충전기 줄을 최대한 끌어와서 SNS쇼츠를 보다가 잠드는 일을 반복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안락함을 찾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뿐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어쩌면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자유도, 후에 국민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도, 민주주의 국가의 의미 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나는 사회에서 나의 일을,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도록 국민이 건네준 힘을 본인 고유의 권력인양 휘두르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정치일에 신경쓰지 않고 싶어서 그들에게 일을 맡긴건데 나와같은 소시민 마저도 정치일에 더욱 신경쓰이게 만든다면 과연 이들의 존재의의는 무엇인가.
12월 7일 오늘 국회에서 탄핵 표결이 진행된다고 한다. 오늘 시위를 통해 시민의 뜻을 보일 수 있는 중요한 날이다. 인터넷에는 정부가 최루액을 준비했다는 둥, 무장군인이 투입된다는 둥 많은 루머가 돌지만 많은 시민이 모일 수록 폭력이 가해지긴 어려워 질 것이라 생각한다. 시위에 간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자유와 나의 일상을 위해서라도 나는 시위에 참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