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위 참여 = 민주당 러버 ?

20241212

by 박서원

저번주 토요일 국회 앞 시위는 걱정과 다르게 굉장히 평화로웠다.

국회 근처 카페와 식당에 선결제를 하며 시위 참여자에게 나눔을 배푸는 사람들과 주변에 자신이 싸온 간식과 핫팩을 나눠주는 사람들 등과 함께하며 연대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응원봉을 들고 나와 국회 대로를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음을 체감하는 동시에 크리스마스 조명과 같은 그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나 또한 이틀전 두아리파 콘서트 앞 가판대에서 구입한 응원봉을 들고(해외 가수는 왜 공식 응원봉이 없는 걸까..) 무수한 불빛 중 하나가 되어 힘을 보탰다.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역을 가는 9호선 지하철은 더이상 사람들이 탈 수 없을정도로 만원이었고, 지하철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여의도 근처 역에서 내려 국회의사당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국회의사당으로 발걸음을 하니 마치 작은 행진을 하는 것 같았다.


오후 3시쯤 도착하여 해가 저물어 밤이 될때가지 국회 앞에서 표결결과를 기다렸다. 나포함 수많은 사람들이 한겨울 여의도 바람을 맞으며 국회의사당 앞을 지켰다. 하지만 여당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것은 가결도 부결도 아닌 텅 빈 국회 회의장 모습이었다..


가결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부결될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예 투표를 하지 않고 회의장은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국민의 소중한 한표가 모여 한명당 수십만 표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본인의 책임과 업무를 다하는 자리에서 책임을 회피해버리는 모습에 허무함, 황당함, 실망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나는 칼바람을 맞으며 해가 저물때까지 국회 앞에 서있었지만, 한 국회의원이 맡고있는 수십만 표에 포함된 나의 표는 가결에도 부결에도 국회에 포함되지도 못한 채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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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가 진입한 시점에서 대통령 탄핵은 뚜렷한 변수가 있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여당은 민심을 잡기위해 흔히들 쇼라고 말하는 국민을 위하는 척 모습을 보여도 민심이 회복될까 싶은데 오히려 텅빈 국회를 국민 모두가 목도하게 하는 최악의 쇼를 보였다. 정족수 미달로 대통령 탄핵에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겠지만 결국 본인의 소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얻은 상당히 근시안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윤대통령과 여당의 이런 모습에도 탄핵 시위를 탐탁치않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윤대통령이 탄핵된 후 차기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에서 나올 것임이 유력하기에 일당우위제, 더 잘못된다면 일당제를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권력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주의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시위에 나선 것은 야당은 좋아하고 그들의 독점을 응원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시위에 참여한 이유는 현 실태를 만든 여당에게 이 사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다. 계엄령을 선포한 윤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여당일 것이다. 나 또한 일당우위제를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뚜렷한 묘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중죄를 범한 대통령을 그저 두둔하진 못할 것 같다.


차후 독점 형태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계엄과 연관된 이들이 심판을 받도록 여당이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응원하는 바이지만, 악수에 더하여 악수를 둔 여당이 이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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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현 윤대통령의 탄핵 후 민주당 소속 의원의 대통령 당선으로 일당우위제적인 문제가 야기된다면 그 탓을 현재 탄핵 시위에 나온 시민들에게 돌리지 않았으면 한다. 국회가 일당화가 된 이유은 오로지 권력에 눈 멀어 선을 넘은 한 사람과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여당의 잘못이 명백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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