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로젠윈클 - 피터 번스타인 콰르텟 내한 콘서트
두 명의 기타리스트 커트 로젠윈클과 피터 번스타인를 주축으로한 커트 로젠 윈클 내한 콘서트에 다녀왔다. 뉴욕에서 주목하는 핫한 베이시스트 알렉산더 클래피와 함박웃음으로 유쾌한 기분을 전달하는 드러머 조 판스워스로 구성된 콰르텟이었다. 공연장은 을지로 푸르지오 홀이었고 재즈 콘서트를 전문적으로 기획 및 제공하는 플러스히치가 다시금 양질의 공연을 들고 왔다. 로젠윈클과 번스타인은 함께 앨범을 낸 적은 없지만 이십년 넘게 라이브 퍼포먼스를 빚어냈다고.
실험적인 재즈를 들려줬던 앙상블 휴먼 필(Human Feel)로 1990년대 초반부터 긴 구력을 자랑하는 커트 로젠윈클은 리더와 사이드맨을 오가며 풍성한 디스코그래피를 구축했다. 리더작으론 2000년 버브에서 나온 < The Next Step >와 2012년 작 < Star of Jupiter >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거의 40년 터울의 두 거장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1970년생)과 폴 모티안(1931년생)과도 다수의 협업작을 내놓을만큼 업계에서 신망받는 기타리스트다.
6월 13일 금요일 8PM, 6월 15일 일요일 3PM, 6PM 총 세 번의 공연 모두 공연 목록이 다를 만큼 레퍼토리가 다채로웠다. 6월 15일 6시 마지막 공연에선 특별하게 ‘Sandu’와 ‘Peace’로 앵콜를 두 번 거듭했다. 델로니어스 몽크 원작의 ‘Ask Me Now’와 거장 색소포니스트 조 핸더슨의 ‘Serenity’를 고난도 음계를 독창적인 두 대의 기타로 풀어냈다.
요체는 역시 로젠윈클과 번스타인의 기타 콜 앤 리스폰스, 약간 붕 뜬 듯 몽환적 톤의 로젠윈클에 비하면 번스타인의 톤은 날카롭고 뾰족했다. 클래피가 안정적인 곡조로 두 사람을 보좌했다면 (물론 ‘Peace’를 비롯 두어번 솔로를 가져갔다) 작년 7월 성수 아트홀서 허지희와 합동 공연을 펼쳤던 판스워스는 악기의 모든 부분을 두드리며 그루브의 파장을 일으켰다. 멋들어지게 양복을 차려입은 그에게서 외려 더 후의 키스 문의 광포함이 떠올랐다. 공연이 끝나곤 어느 관객과 터프하게 가슴을 맞대며 인사할만큼 열정의 소유자였다. 언젠가 또 그의 무대를 찾아야겠다.
하이라이트는 정규 셋리의 마지막 트랙 ‘Nica’s Dream’이었다. 명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가 1954년에 쓴 이 작품은 1956년 재즈 메신저스에 의해 처음 취입되었다. 은연중에 머금은 라틴 향기와 넘실대는 그루브에 푹 빠져버렸다. 재즈 보컬리스트 마리아 킴이 동경한다는 호레이스 실버는 최근 많은 국내 재즈 콘서트의 원곡자로 활약(?)중이다. 마침 이 곡을 수록한 호레이스 실버 퀸텟의 1960년도 하드밥 명작 < Horace-Scope >를 오리지널 LP로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이 곡이 새롭게 들리지 않을까?
물 흐르듯 유려한 피킹, 물살처럼 쏟아지는 음표와 보이지 않는 손가락 움직임이 놀라웠다. 기본적으론 재즈 리듬과 화성을 견지했지만 언뜻 비치는 록적인 면모가 흥미로웠다. 재즈를 기반으로 소울 훵크와 로큰롤에 이르기까지 이채로운 음악적 팔레트를 구축한 로젠윈클의 스펙트럼. 그에 못지 않게 피터 번스타인의 연주도 대단했다. 1999년 다이애나 크롤 투어링 멤버로 참여한 그는 2013년 사천국제재즈워크숍 강의와 2017년 단독 공연까지 한국과 인연이 깊다.
플러스히치 김충남 대표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내년 로젠윈클이 < The Remedy > 멤버들과 공연할지도 모른다”라며 또 한 번 내한 공연 기획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테너 색소폰연주자 마크 터너 피아니스트 아론 골드버그 등과 협연한 2006년 빌리지 뱅가드 실황을 라이브 앨범으로 내놓은 < The Remedy >는 대부분 트랙이 로젠윈클 자작곡일만큼 그의 음악색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료. 과연 내년 < The Remedy > 투어 콘서트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해지는 이번 커트 로젠윈클-피터 번스타인 푸르지오 아트홀 콘서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