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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윌슨(1942 - 2025)

팝 역사상 최고의 천재, 별이 되다.

by 염동교

비치 보이스의 리더였던 대중음악사의 거인 브라이언 윌슨이 2025년 6월 12일 향년 8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영국에 폴 매카트니, 미국엔 브라이언 윌슨”이란 구도가 성립할만큼 송라이터와 프로듀서로 역량을 떨쳤고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남긴 음악가에요”라는 엘튼 존의 추모글처럼 유산이 명징했다. 록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프론트퍼슨 빌리 코건은 윌슨이 콜 포터와 조지 거쉰과 비견될법한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라며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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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포 호스맨(보컬 하모니)와 빌 헤일리(로큰롤), 제롬 컨(뮤지컬)의 흡수로 음악적 팔레트를 빠르게 채워나간 윌슨은 "해변의 소년들" 명의로 만 스물이 되기도 전 데뷔 싱글 ‘Surfin’’을 내놓는다. 저 위대한 비치 보이스의 시작. 초기엔 캘리포니아 해변처럼 산뜻한 서프 뮤직에 일관했으나 1965년 < The Beach Boys Today! >부터 고전적임과 동시에 실험적인 오케스트라 팝에 천착했다. 1년 후 나온 < Pet Sounds >의 전조 현상같은 작품!


비틀스와 폴 매카트니에게 강력한 자극이 된 1966년도 걸작 < Pet Sounds >는 비틀스 1967년도 역작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잉태에 이바지했다. 절륜한 보컬 하모니와 관현악 편곡, 편집증적 스튜디오 테크닉이 총동원된 이 놀라울 정도로 예술적이며 동시에 대중적인 음반은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단어의 조합 “아트 팝”의 잣대가 되었다. 헌데 브라이언도 < Rubber Soul >(1965)에서 힌트를 얻었다니 창작의 상부상조인 셈이다. "페퍼 상사"에 자극 받은 < Smile >은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2000년대에 몇 차례 걸쳐 음반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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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Wilson Presents Smile (2004) & The Smile Sessions (2011) & Smiley Smile(1967)


< Pet Sounds >의 필적할 성과는 없었지만 < Smiley Smile >(1967)과 < Wild Honey >(1968)는 베드룸 팝과 로파이의 실험으로 후대에 갈수록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라디오 친화적 ‘Kokomo’나 서프 앤썸(Surf Anthem) ‘Surfin’ USA’에 익숙한 이들은 1960년대 후반~ 1970년대 초반 작품군 속 실험성과 전위성에 눈에 휘둥그레지곤 한다. 프로그레시브 팝의 시금석 ‘Heros and Villains’와 소울 향을 머금은 ‘Darlin’’, 완연한 전위성에도 싱글 발매를 강행한 ‘Good Vibrations’가 이 시기 킬링 트랙.


서로를 거울삼아 음악적 발전을 거듭했던 폴 매카트니는 “신비롭게 느껴질 만큼 천재성을 보유했으며 그의 머릿속에서 나 음표들은 단순하지만, 총기로 빛났다. 브라이언 윌슨 없는 세상은 어떠할까? ‘오직 신만이 알 테다”라며 업적과 의의를 칭송했다. 두 사람이 함께 곡을 만들었으면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 애초에 가능한 일이 없을까 두서없는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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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는 떠났지만 ‘God only knows’와 ‘Wouldn’t It Be Nice’, ‘Good Vibrations’같은 예술로 승격한 대중음악이 그의 손길에서 탄생했다. 수프얀 스티븐스와 애니멀 컬렉티브, 플릿 폭시스 같은 바로크팝 아티스트들이 그의 우산 아래 오케스트라 팝에 정진 중이다. 정신질환과 약물과의 투쟁 등 삶은 결코 평탄치 않았으나 음악을 향한 열정만큼은 놓지 않았던 참된 예술가였다.


p.s. 얼마 전 6월 1일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를 통해 내한했던 제이콥 콜리어는 “브라이언 윌슨이 없었다면 제이콥 콜리어도 없다” 무한 애정과 헌사를 남겼다. 어쿠스틱 기타 임프로바이제이션을 곁들이며 연주한 노래는 ‘In My Room’. 초기작 < Surfer Girl >이 한창 심란한 어느 날 오후 산책하며 들었고 평소 잘 와닿지 않던 음악의 위로 기능을 느꼈다. 정신과 육체를 깎아가며 만든 작품들이 누구에겐 회복과 치유 역할을 한다는 아이러니와 함께 그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각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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