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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재즈 축제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 3일차

by 염동교

서울재즈페스티벌 2일차 토요일엔 아쉽게 못 갔다. 썬더캣과 엘리안 엘리아스, 인코그니토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재페 3일차에 나섰다. 사전 예매 – 모바일 QR코드와 신분증 대조 – 팔찌 수령을 거치느라 기다란 줄을 형성한 다른 관객들에겐 미안했지만, 현장 예매 자리에서 바로 팔찌를 받아 1시간 정도를 아꼈다. 덕분에 호세 제임스 공연 전에 페스티벌 내 여러 부스도 구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누렸다.



이날 나에게 첫 무대였던 호세 제임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공교롭게도 1978년생 나이도 같은 스웨덴 음악가 호세 곤잘레스와 이름이 헛갈렸지만, 음악색은 달랐다. 미끈거리는 그루브를 기반으로 싱잉과 랩, 비트박스를 능란하게 아울렀다. 리허설부터 흥겨움을 끌어냈던 ‘Trouble’과 음원에선 미국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에밀리 킹과 듀엣한 끈적하고도 우아한 ‘Heaven On the Ground’를 연달아 선사했다.


일본인 트럼페터 타쿠야 쿠로다와 함께한 마이클 잭슨 리메이크 ‘Rock With You’에선 보컬 음정과 마디를 하나하나 꺾는 “보컬 팝핀”을 선보였다. 빌 위더스를 향한 오마주 ‘Just the Two of Us’와 ‘Lovely Day’까지 고전적인 소울과 네오 소울, 훵크를 아우르며 중년 보컬리스트의 여유와 관록을 선보였다.


보컬 재즈의 향연은 핑크 아베뉴의 마이클 마요 퍼포먼스에서 이어졌다. “목소리란 악기”로 엄청난 표현 범위를 열어준 마이클 마요의 퍼포먼스는 대선배 바비 맥퍼린을 상기했지만 종교적이고 신실한 분위기가 주도적이었다. 천부적인 리듬감과 드넓은 음역에 감탄하는 와중에 웨인 쇼터의 ‘Speak No Evil’이 흘러나왔다. 쇼터의 무수한 걸작 가운데에서도 각별한 이 모달 재즈 명작에 감격했다.


메이요의 신비로운 보컬 멜로디를 받치는 드럼과 환상적인 건반(원곡에선 허비 행콕이 연주했다)베이스가 이 날의 하이라이트로 남았다. 메이요는 이젠 허비 행콕 인스티튜트(Herbie Hancokc Institute)라고 불리는 델로니어스 몽크 인스티튜트 오브 재즈(Thelonious Monk Institute of Jazz)의 장학생이었다고. 그 곳에서 같이 수학한 인물이 웨인 쇼터라고 한다.


그의 작품에 갸우뚱하곤 했지만 적어도 무대에서의 제이콥 콜리어는 천재적이었다. 제목처럼 천변만화하는 음색을 < Djesse Vol. 4 > 타이틀 곡 ‘100,000 Voices’을 비롯해 90분 내내 카멜레온처럼 변색했다. 시그니처와도 같은 헤드리스 5현 기타를 들고 록스타가 된 ‘WELLLL’과 라틴팝의 감성을 품은 ‘Mi corzaon’, 일렉트로니카와 알앤비, 메인스트림을 뭉친 ‘Time Alone With You’까지 총천연색 재능을 풀어냈다.


대체 이 사람의 머릿속엔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는거야? 라는 생각과 혹여 너무 많은 창의로 혼란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로 이어졌다. 물론 맨발로 무대 위를 활보하며 청중들의 열광을 끌어내는 장난꾸러기 청년의 모습에 한 톨 부정적 뉘앙스도 없었다.

아이릭 글람베 뵈(Eirik Glambek Bøe)와 얼렌드 오여(Erlend Øye)로 이루어진 노르웨이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편리왕”이란 애칭을 가진 이들 덕에 메이 포레스트 스테이지(88잔디마당)이 인파로 가득했다. ‘Homesick’과 ‘Cayman Islands’, ‘Misread’같은 2004년작 < Riot On An Empty Street > 수록 트랙들은 십수년 전 MP3 플레이리스트로 되돌아간듯 싶었다. 친한 부부와 얘기하느라 공연에 완전 집중하진 못 했으나 살라이는 미풍과 저녁 노을과 더불어 들려오는 이들의 감성적인 곡조는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감미롭고 포근한 멜로디로 국내에서 특히 사랑받는 이들은 2025년 6월 2일 무신사 개러지에서의 단독 콘서트로 한국에서의 여운을 이어갔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 쿨 앤 더 갱과 더불어 상단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타워 오브 파워가 2025 서재페 피날레를 장식했다. 원년 멤버는 아쉽게도 테너 색소폰을 연주하는 에밀리오 카스티요(Emilio Castillo)와 바리톤 색소폰을 다루는 펑키 마스터(Funky Master) 스티븐 쿠프카(Stephen Kupka) 밖에 없지만 최소 이십 년 이상 합을 맞춰온 베테랑 연주자들의 하모니가 빛났다. 2024년부터 밴드에 가담한 젊은 보컬리스트 조던 존(Jordan John)의 보컬 기술과 관객 호응 유도도 탁월했다.


명곡 누적치가 엄청난 그룹답게 히트곡을 다량 쏟아냈다. 브라스로 빚은 흥겨움의 극대치 ‘Soul With a Capital “S”’와 끈적하고 낭만적인 ‘You’re Still Young Man’, “Giddy Up Giddy Up” 후렴구가 신나는 ‘Don’t Change Horses (In the Middle of a Stream)’까지 올드스쿨 소울 훵크의 향연이 이어졌다. ‘Diggin’ on James Brown’은 소울 대부를 향한 경배이자 오마주.



이들의 대표곡 ‘What Is Hip?’과 제임스 브라운의 명곡 ‘Soul Power’를 엮은 앙코르에 관객들은 한바탕 춤사위로 화답했다. 비보이의 브레이크댄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각기 춤과 한껏 자유로운 막춤, 락페에서 볼법한 강강술래 등 각양각색으로 축제의 마지막을 향유했다. 유세프 데이스로 시작해 타워 오브 파워로 마무리된 2025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좋은 사람들과 멋진 음악 덕에 행복한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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