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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서 즐기는 낭만적인 재즈 피크닉

2025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2일차 일요일

by 염동교

막 페스티벌 사이트에 도착해서 짐 검사받는 중에 후지와라 사쿠라의 소리가 들렸다. 바이올린이 연주되는 등 생각보다 훨씬 클래시컬해 놀랐다. 비록 10분여밖에 감상하지 못했지만, 고전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트렌디한 젊은 아티스트의 결합이 신선했다. 후쿠오카 출신 1995년생 젊은 싱어송라이터는 세련미와 감각성으로 국내에도 마니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언젠가 보다 긴 러닝타임의 단독 공연을 관람할 수 있길 소망한다.



오후 3시 작열하는 태양 아래 리 샤오촨 멜로디어스가 무대를 열었다. 사운드체크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들이 퍼포먼스가 이번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을 듯싶다. 피아노와 기타, 드럼 등 수준급 연주자들이 각자의 층위를 지키면서도 서로 어우러지며 놀라운 배합을 일으켰다.


성숙한 하드밥, 탄력 넘치는 재즈 퓨전, 편안한 스윙 리듬까지 리 샤오촨 그룹의 음악 어법은 드넓었다. 여성 연주자 “추추”가 다룬 거대한 은빛 Musser 비브라폰이 이국적인 기운을 드리웠고 불같이 타오르는 색소포니스트의 솔로잉과 리더 리샤오찬의 절제된 트럼펫이 균형을 이뤘다. 한국 공연이 처음이라는 이들은 마지막 곡에선 록페스티벌처럼 관객과 “에에!, 오오!” 같은 함성을 주고받았다. 아티스트와 어디언스가 최고의 순간을 공유했다.


8인조 음악 집단 스카재즈유닛은 빅밴드 재즈와 자메이카의 레게-스카가 어우러진 절묘한 음악을 선보였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호응 유도와 흥이 넘치는 플레이에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마지막엔 아예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허물고 모두 함께 춤추며 재즈페스티벌 특유의 정적인 특성마저 부쉈다. 스카 리듬과 잘 어울리는, 양 다리를 쭉쭉 뻗으며 올려 차는 “스캥킹”도 보였다.


스텔라장과 비츠냅의 공연에 출연했던 색소폰 연주자 송하철이 또 한 번 재능을 표출했고 키보디스트 임채선도 구심점으로서 단단했다. 알앤비 밴드 소울 딜리버리와 협업한 큐더트럼펫(박준규)와 김유성 콰르텟을 이끄는 더블 베이시스트 김유성 등 국내 재즈 신을 이끄는 실력파들의 조합과 “스카 재즈”라는 독특한 키워드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스카재즈유닛이다.

일요일 허리라인 시간대 디어 디어(Dear Dear) 시간을 수놓은 아름다운 우정의 시간. 이스라엘 기타리스트 요탐 실버스틴과 국내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미국에서 함께 음악 공부했던 동창 사이. 서로를 향한 존중과 존경이 가득했던 무대엔 두 작곡가의 작품이 번걸아가며 연주되었다. 드럼과 더블베이스 솔로를 가져간 앵코르까지 베테랑 음악가들의 공력이 잔뜩 묻어나온 시간이었다.


이소라의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첫 곡 ‘난 행복해’부터 ‘처음 느낌 그대로’와 ‘믿음’ 등 히트곡을 연이어 불렀다. 워낙 다채로운 음악색을 꾸려온 전천후 예술가지만 아카펠라 그룹 낯선 사람들부터 시작된 그윽하고도 우아한 보이스와 재즈와 참 잘 어울렸다. 최근 정원영과 이적의 콘서트에서 연달아 만난 기타리스트 임헌일도 반가웠다.


진행형 거장의 풍모를 뿜어냈다. 수줍게 “멘트도 좀 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운을 뗀 뒤 1열에 혼자 온 것으로 보이는 동년배 관객에게 “혹시 싱글이신가요?” 말을 걸고, “원래는 다감한 성격이지만 공연 준비할 때 까칠해진다”라며 속내를 공유했다. 지나칠 정도로 팬심을 표현하는 팬에게는 “귀에 인이어가 꽂혀 있어 잘 안 들려요”라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안녕’과 피날레를 장식한 ‘첫사랑’, 아이리시 모던 록 내음이 솔솔 풍기며 가을밤을 적셨다. 이소라 본인도 멘트로 “안녕은 델리스파이스 김민규가 쓴 곡이다, 이런 좋은 뮤지션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며 작곡자 스위트피(김민규)에게 공을 돌렸다. ‘피해의식’같은 강렬한 작풍을 포함 “록의 천착”도 디스코그래피의 주요 변곡점이었다.


명시된 러닝타임 70분과 달리 딱 한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은 아쉬웠지만 기품 넘치는 가창과 능숙한 완급 조절이 진행형 거장의 풍모를 뿜어냈다. 집에 돌아와서도 영상으로 찍은 ‘청혼’을 자주 감상하고 있다. 도입부 가사가 특히 귀에 맴돈다. 나도 나이를 먹은 탓일까.



명곡 ‘Mediterranean Sundance’가 들리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창 재즈 퓨전을 파고들던 이십대 초중반 시절이 떠올라서. 고등학교 때부터 알음알음 모아오던 리턴 투 포에버 CD와 군대 다녀온 이후로 모은 알 디 메올라 솔로 LP 등 늘 곁에 머물렀던 기타리스트다.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손맛이 끝내줬다. 고희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교하고 속도감 있는 피킹에 음표가 파도처럼 쏟아져 내렸다. 미국 본토의 매끈한 퓨전과 플라멩코를 위시한 스페인-남미를 아우르는 이국적인 정서가 서울숲의 저녁을 가득 채웠다. 가히 기타 재즈의 정수. 퍼커셔니스트 세르히오 마르티네즈와의 호흡도 단단했다.



어쿠스틱 기타다 보니 록적인 질감은 덜했지만, 신시사이저를 연상하게 하는 영롱한 소리처럼 톤메이킹도 신기에 가까웠다. 금요일 헤드라이닝을 장식한 루시 조원상과의 합동 무대와 20일 부산 단독 공연도 궁금해졌다.공연이 끝나고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 옆 텐트에서 사인회가 열렸다. MD로 구매한 < Kiss My Axe >와 < World Sinfonia >는 둘 다 1991년에 발매되었는데, 메올라의 꾸준함과 왕성함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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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nd Of The Midnight Sun >과 < Casino >, 칙 코리아가 이끌었던 1970년대를 대표하는 퓨전 재즈 밴드 리턴 투 포에버의 < No Mystery >에 사인받았다. 짧은 순간에 “엄청난 팬이에요, 큰 영감을 받아요(Huge Fan / Huge Inspiration)이라고 속마음을 전했막 페스티벌 사이트에 도착해서 짐 검사받는 중에 후지와라 사쿠라의 소리가 들렸다. 바이올린 등 생각보다 훨씬 클래시컬해 놀랐다. 비록 10분여밖에 감상하지 못했지만, 고전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트렌디한 젊은 아티스트의 결합이 신선했다. 후쿠오카 출신 1995년생 젊은 싱어송라이터는 세련미와 감각성으로 국내에도 마니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언젠가 보다 긴 러닝타임의 단독 공연을 관람할 수 있길 소망한다.






오후 3시 작열하는 태양 아래 리 샤오촨 멜로디어스가 무대를 열었다. 사운드체크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들이 퍼포먼스가 이번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을 듯싶다. 피아노와 기타, 드럼 등 수준급 연주자들이 각자의 층위를 지키면서도 서로 어우러지며 놀라운 배합을 일으켰다.




성숙한 하드밥, 탄력 넘치는 재즈 퓨전, 편안한 스윙 리듬까지 리 샤오촨 그룹의 음악 어법은 드넓었다. 여성 연주자 “추추”가 다룬 거대한 은빛 Musser 비브라폰이 이국적인 기운을 드리웠고 불같이 타오르는 색소포니스트의 솔로잉과 리더 리샤오찬의 절제된 트럼펫이 균형을 이뤘다. 한국 공연이 처음이라는 이들은 마지막 곡에선 록페스티벌처럼 관객과 “에에!, 오오!” 같은 함성을 주고받았다. 아티스트와 어디언스가 최고의 순간을 공유했다.




8인조 음악 집단 스카재즈유닛은 빅밴드 재즈와 자메이카의 레게-스카가 어우러진 절묘한 음악을 선보였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호응 유도와 흥이 넘치는 플레이에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마지막엔 아예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허물고 모두 함께 춤추며 재즈페스티벌 특유의 정적인 특성마저 부쉈다. 스카 리듬과 잘 어울리는, 양 다리를 쭉쭉 뻗으며 올려 차는 “스캥킹”도 보였다.




스텔라장과 비츠냅의 공연에 출연했던 색소폰 연주자 송하철이 또 한 번 재능을 표출했고 키보디스트 임채선도 구심점으로서 단단했다. 알앤비 밴드 소울 딜리버리와 협업한 큐더트럼펫(박준규)와 김유성 콰르텟을 이끄는 더블 베이시스트 김유성 등 국내 재즈 신을 이끄는 실력파들의 조합과 “스카 재즈”라는 독특한 키워드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스카재즈유닛이다.


일요일 허리라인 시간대 디어 디어(Dear Dear) 시간을 수놓은 아름다운 우정의 시간. 이스라엘 기타리스트 요탐 실버스틴과 국내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미국에서 함께 음악 공부했던 동창 사이. 서로를 향한 존중과 존경이 가득했던 무대엔 두 작곡가의 작품이 번걸아가며 연주되었다. 드럼과 더블베이스 솔로를 가져간 앵코르까지 베테랑 음악가들의 공력이 잔뜩 묻어나온 시간이었다.




이소라의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첫 곡 ‘난 행복해’부터 ‘처음 느낌 그대로’와 ‘믿음’ 등 히트곡을 연이어 불렀다. 워낙 다채로운 음악색을 꾸려온 전천후 예술가지만 아카펠라 그룹 낯선 사람들부터 시작된 그윽하고도 우아한 보이스와 재즈와 참 잘 어울렸다. 최근 정원영과 이적의 콘서트에서 연달아 만난 기타리스트 임헌일도 반가웠다.




진행형 거장의 풍모를 뿜어냈다. 수줍게 “멘트도 좀 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운을 뗀 뒤 1열에 혼자 온 것으로 보이는 동년배 관객에게 “혹시 싱글이신가요?” 말을 걸고, “원래는 다감한 성격이지만 공연 준비할 때 까칠해진다”라며 속내를 공유했다. 지나칠 정도로 팬심을 표현하는 팬에게는 “귀에 인이어가 꽂혀 있어 잘 안 들려요”라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안녕’과 피날레를 장식한 ‘첫사랑’, 아이리시 모던 록 내음이 솔솔 풍기며 가을밤을 적셨다. 이소라 본인도 멘트로 “안녕은 델리스파이스 김민규가 쓴 곡이다, 이런 좋은 뮤지션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며 작곡자 스위트피(김민규)에게 공을 돌렸다. ‘피해의식’같은 강렬한 작풍을 포함 “록의 천착”도 디스코그래피의 주요 변곡점이었다.




명시된 러닝타임 70분과 달리 딱 한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은 아쉬웠지만 기품 넘치는 가창과 능숙한 완급 조절이 진행형 거장의 풍모를 뿜어냈다. 집에 돌아와서도 영상으로 찍은 ‘청혼’을 자주 감상하고 있다. 도입부 가사가 특히 귀에 맴돈다. 나도 나이를 먹은 탓일까.






명곡 ‘Mediterranean Sundance’가 들리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창 재즈 퓨전을 파고들던 이십대 초중반 시절이 떠올라서. 고등학교 때부터 알음알음 모아오던 리턴 투 포에버 CD와 군대 다녀온 이후로 모은 알 디 메올라 솔로 LP 등 늘 곁에 머물렀던 기타리스트다.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손맛이 끝내줬다. 고희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교하고 속도감 있는 피킹에 음표가 파도처럼 쏟아져 내렸다. 미국 본토의 매끈한 퓨전과 플라멩코를 위시한 스페인-남미를 아우르는 이국적인 정서가 서울숲의 저녁을 가득 채웠다. 가히 기타 재즈의 정수. 퍼커셔니스트 세르히오 마르티네즈와의 호흡도 단단했다.






어쿠스틱 기타다 보니 록적인 질감은 더했지만, 신시사이저를 연상하게 하는 영롱한 소리처럼 톤메이킹도 신기에 가까웠다. 금요일 헤드라이닝을 장식한 루시 조원상과의 합동 무대와 20일 부산 단독 공연도 궁금해졌다.공연이 끝나고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 옆 텐트에서 사인회가 열렸다. MD로 구매한 < Kiss My Axe >와 < World Sinfonia >는 둘 다 1991년에 발매되었는데, 메올라의 꾸준함과 왕성함을 입증한다.






< Land Of The Midnight Sun >과 < Casino >, 칙 코리아가 이끌었던 1970년대를 대표하는 퓨전 재즈 밴드 리턴 투 포에버의 < No Mystery >에 사인받았다. 짧은 순간에 “엄청난 팬이에요, 큰 영감을 받아요(Huge Fan / Huge Inspiration)이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 No Mystery >에서 알 디 메올라와 함께 했던 베이스 거장 스탠리 클락이 10월 17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내한한다. 한 달 사이 리턴 투 포에버 구성원 둘을 볼 수 있다니. 실로 엄청난 기회다.


작년에 브라질 음악의 거성 질베르토 질을 초빙하여 엄청난 화제를 모은 2024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처럼 2025 “숲재페”도 탄탄한 라인업과 숲이 주는 자연 친화적 분위기로 성료를 알렸다. “재즈페스티벌”이란 타이틀로 3일 축제를 꾸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소풍에 방점을 찍어 관중들에게 여유롭고 편안하게 시간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대중 친화적 방향성과 자라섬의 옹골진 재즈 중심 라인업의 중간 지대에 있는 듯한 이 축제가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년 질베르토 질, 올해 알 디 메올라에 이어서 2026년엔 또 어떤 거장을 모셔올지 욕심도 숨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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