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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 로커의 본색을 드러내다

채플 론 2025 코로나 캐피털 페스티벌 무대

by 염동교

2024년 팝 신의 화두로 떠오른 채플 론의 < The Rise and Fall of Midwest Princess >는 시간이 걸렸을 뿐 사람들을 매혹하기 충분했다. 19세기 미국 소설같은 “중서부 공주의 흥망성쇠”란 제목과 데이비드 보위의 <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와 닮은 형형색색 팝-로큰롤은 대중성과 직결했다. 이는 곧 신데렐라 스토리로 귀결했다.


2024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헤드라이너가 아님에도 10만 이상의 역대급 인파를 모으는 등 급격하게 높아진 유명세를 버거워했다는 이야기도 한 때 들려왔지만, 이 날 멕시코 시티의 대규모 관객 앞에선 "인디에서 수퍼스타덤으로 이동한지 오래야!" 확고히 외치고 있었다.


뮤지컬 < 위키드 >가 떠오르는 판타지풍 세트를 종횡무진 하며 동화적 심상을 흩뿌렸다. 현실의 민낯에 관한 직설화법과 "퍼스널 유토피아"가 공존하는 그녀의 온전한 세계는 검은 렌즈에 하얗게 분칠한 얼굴, 빨간색 투쓰잼 등 페르소나와 둔갑과도 상통했다. 새하얀 면사포를 뒤집어쓴 채 오프너 ‘Super Graphic Ultra Modern Girl'을 부른 그녀는 “Buenas Noches(즐거운 )”, "Gracias(고마워요)" 같은 간단한 언어로 스페인어권 청중과 친밀도를 쌓았다.


레이디가가 싱가포르 콘서트와 제시 웨어 콘서트처럼 성소수자가 많았다. 내내 손을 꼭 잡고 뜨거운 키스를 나눈 이들은 ‘Naked in Manhattan’과 ‘The Giver’를 충실히 따라 불렀다. 남 눈치 보기엔 인생이 너무 짧으며, 그 자신으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어필한다듯이. 채플의 코스튬을 그대로 복사한듯한 하드코어 팬도 여럿 보였다.


요정 분장의 연주자들이 하드록 방불케하는 화끈한 연주를 들려줬다. 그걸 뚫고 나오는 채플 론의 가창도 놀라웠는데 디테일에 너무 치중하기 보단 맘껏 내지르는 모양새였다. 퀸의 아레나 록을 반추한 ‘Femininomenon’과 하트 클래식을 커버한 ‘Baracuda’의 강렬함이 본 공연의 지향성이었다.


파격적 콘셉트와 연극적 무대 연출에서 200년 간극의 레뷰(Revue)나 벌레스크(Burlesque)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덜컥 드러누우며 기타리스트 데본 아이젠바저(Devon Eisenbarger)와 성교를 연상케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등 거침없었다. ‘Casual'과 ‘The Subway’처럼 가창에 집중하는 구간도 있었는데 ‘The Subway’의 후렴구 “She’s Got, She’s Got away”는 록세트의 ‘It Must Have Been Love’와 줄곧 접속되었다.


확실히 록 페스티벌과도 어울렸다. 알앤비/힙합보다 범위가 넓은 팝 록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 베드룸 팝의 반대축에 있는 1970-80년대 팝의 보편타당한 매력, 컨트리와 신스팝을 가로지르는 장르 호핑으로 다각도 만족감을 안겨줬다.


자작곡으로 적극적인 여성 이야기” 한다는 측면과 상기한 특질에서 신디 로퍼도 떠올랐다. 채플의 2025년 두 싱글 ‘The Giver’와 ‘The Subway’는 각기 빌보드 싱글차트 5위와 3위에 올랐다. 좋은 성적이지만 상업적 성과보단 당당한 태도로 자기 서사를 이끌어갔던 로퍼의 길을 채플 론에게서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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