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내가 주조한 거친 록 사운드

2025년 11월 12일, 14일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 멕시코 공연

by 염동교

예컨데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는 그들이 쌓아올린 명성과 업적에 비해 개인적 거리감이 있었다. 스토너 록(Stoner Rock)의 대들보, 2002년의 명반 < Songs for the Deaf >, 조금 무미건조한 듯 싶었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에 웰메이드 록의 금자탑을 세운 이들과의 거리감은 취향을 떠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아 스토너 록이 뭐냐고? 메탈 중에서도 어두운 무채색 계열 둠 메탈과 환각성으로 무장한 애시드 록의 결합물이라고 한다. 106--70년대 애시드 록의 본고장 캘리포니아를 상기하듯 팜 데저트(Palm Dessert)의 밴드들돠 연결되어 있고, 이로 인해 데저트 록(Dessert Rock)해당 장르의 권위자로는 카이어스(Kyuss)와 슬리프(Sleep)가 있다. 장르뮤직 마니아들에겐 충분히 구미 당길 법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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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더욱 이 위대한 록밴드를 1주일에 두 차례 라이브로 볼 기회가 소중했다. 11월 12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코로나 캐피털 세션스와 14일 멕시코 시티의 코로나 캐피털 2025 첫날 서브헤드라이너 무대였다. 사실 14일엔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직 듀오 폴로 앤 판(Polo & Pan)을 보려고 했으나 스테이지 간 이동 거리가 너무 길어서 아쉽게 무산되었다.


“관능적이다.” 이들과 공유한 180분을 갈무리할 단어다. 선을 넘나들며 조금 위험하다시피 한 가사 조시 하미의 툭툭 던지는 듯한 읊조림, 네 명의 현악기 연주자들이 주는 하모니 모두 말이다. 멜로딕함이 조금 덜한 대신(국내에서 인지도가 무릇 저조한 이유일 것이다) 이들이 주조하는 톡 쏘는 닥터 페퍼 맛 알싸함은 부두교 주술사에게 홀린 듯 춤추게 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정규 4집 < Lullabies to Paralzye > 속 ‘Little Sister’로 출발했다. “마비를 위한 자장가라니” 제목부터 참 거시기하다. “작은 여동생”은 조시 하미의 기타가 미꾸라지처럼 꿈틀거리는 좋은 트랙이다. 20주년 기념인지 몰라도 'Burn the Witch'와 'In My Head' 등 이 음반의 곡들이 다수 셋리스트에 올랐다.

2007년도 정규 5집 < Era Vulgaris >에 실린 ‘Misfit Love’에서 서로 앞서거나 뒤서거나 서너 보 앞으로 나오며 주연을 자처하다 이내 일렬로 모여드는 네 연주자들의 포스란.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에 달타냥을 더한 사총사처럼 조시 하미(Josh Homme) 마이클 슈만(Michael Shuman)과 딘 퍼티타(Dean Fertita) 4인방은 매섭고 거셌다.

‘Make It With Chu’에서 조시 하미의 프론트펀스으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잠시 흐름을 거둔 채 담배를 꼬나문 그는 “시우다드 디 멕시코 왓츠업 마더퍼커스”를 외친다. 이내 후렴구 ‘I wanna make it with you’를 반복하며 섹시무드를 조성하고 “이젠 너희가 부를 차례야”라며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겨준다. 미국 서부 혹은 남부의 외딴 선술집이 떠오르는 이 텁텁하고도 농염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6피트 4 장신에 가죽 부츠로 포스를 극대화한 하미는 젊은 시절보다는 희끗한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지금이 더 카리스마 있고 멋스럽다.


세포가 살아나듯 제목은 몰라도 익숙했던 선율들이 세포를 깨웠다. ‘I Sat by the Ocean’과 ‘My God Is the Sun’ 같은 2013년도 음반 < …Like Clockwork >가 MP3로 이 작품을 영접했던 첫 만남을 반추했다. 리버풀에 거점을 둔 예술가 본 페이스가 1931년 영화 < 드라큘라 >에서 착안했다는 앨범 아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스포티파이가 자동으로 제공하는 “무빙 이미지” 덕에 이 앨범 표지의 마력이 증폭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풍미가 고급스러워지는 와인처럼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퍼퍼포먼스는 맛있게 숙성했다. 처음부터 지나친 혈기왕성과 거리를 둔 채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준 이들이지만 데뷔 30년을 맞은 이 미국 록 교두보는 “어찌 보면 지금이 전성기”라고 자신있게 평할만큼 완숙한 기량을 펼쳐보였다. 북미와 한국의 현격한 온도차에 과연 현실적으로 내한 공연이 이루어질지 모르겠으나 록마니아라면 “21세기 위대한 록밴드 명단”에 이름을 올릴법한 이들의 퍼포먼스를 두 눈으로 목도해도 충분히 가치있는 경험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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