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L 요코하마 콘서트
2023년 파워트립에 관한 이야기. LA 어느 음반 샵에서 AC/DC와 메탈리카, 건스 앤 로지스 등 라인업을 논의하다가 주다스 프리스트와 툴의 비교가 나왔다. 하드코어와 각종 마니아적인 메탈 LP를 취급하는 주인장은 “적어도 미국선 툴이 주다스보다 위력적일 것”이라며 툴의 중량감을 설파했다.
두 팀의 우열을 나누자는 건 아니며 주다스가 미국에서 무명인 것도 아니다. < Screaming For Vengeance >(1982)와 < Defenders of the Faith >(1984), < Turbo >(1986)가 각각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7,18,17위를 거뒀으니까. 외려 비교적 마니악한 음악을 구사하는 툴이 이 정도 대중적 체급을 지닌다는게 놀라웠을뿐.
지난 9월 부도칸에서 열린 BEAT의 공연에서 대니 캐리의 괴물 같은 드러밍을 목격한 바 있다. 이국성과 전위성을 두루 품은 1980년대 킹 크림슨 중기 리듬을 너끈하게 소화했다. 애드리언 밸루와 토니 레빈, 스티브 바이라는 실로 전설적인 연주자들과 어께를 나란히 할만했다. 이처럼 2023년 10월 8일 파워트립 페스티벌 속 콘서트에서 이들의 압도적인 아우라를 느꼈다면 요코하마에선 보다 정돈된 분위기에서 디테이들을 살필 수 있었다.
2025년 12월 11일 요코하마 K 아레나 툴 단독 콘서트에서의 대니 캐리는 또 달랐다. ‘Pneuma’같은 곡에서 건반을 연주하기도 하는 재주꾼은 마치 외계인 같은 착의와 더불어 “드럼 끝판왕”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닐 퍼트와 테리 보지오 같은 선배 테크니션을 소환하면서도 필링까지 살아있는 그는 현시대 가장 위대한 연주자라 할만하다.
2006년 작 < 10,000 Days > 이후 약 13년간의 공백을 깨고 나온 2019년도 5집 < Fear Inoculum >의 표제곡 ‘Fear Inoculum’으로 대장정 서문을 열었다. “공포 세포”란 제목처럼 무언가 불길하고도 “반지의 제왕” 사우론처럼 포악한 포스가 공연장을 관류했다. 칠흑 같은 배경에 숨죽이며 토씨 하나하나 지켜보는 관객은 메탈 콘서트라기 보다는 대형 현대미술 감상회 같았다.
일렉트릭 기타의 아담 존스와 베이스 기타리스트 저스틴 챈슬러가 캐리와 함께 육중한 리프를 직조해 나간 ‘The Grudge’와 묘하게 영국 포스트 브릿팝밴드 맨선의 ‘Shotgun’이 떠오른 “H”, 왠지 모를 동양적 미(美)를 간직한 ‘Rosetta Stoned’ 모두 세 악기가 주조해 나가는 프로그레시브 록 향연이었다. 대표작 < Lateralus > 수록곡 ‘Disposition’은 앨리펀트 짐과 Toe같은 현세대 매쓰록의 전신으로 느껴졌다.
아 ‘Rosetta Stoned’하니 이들의 백드롭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염동교] [오후 7:47] 마야문명
공연을 보다가 적은 “나에게 보낸 메시지”다. 상형 문자 해독으로 이집트 역사를 소환한 “로제타 석(石)”을 대형 화면에 띄운 이 곡을 비롯 시종일관 “스피리추얼 아트(영적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장르)” 전문가 알렉스 그레이가 창조한 주술적이고 환각적인 미술이 도드라졌다. 툴을 공연으로 한 번쯤 만나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12월 7일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인 재즈”와 오사카 허비 행콕 단독공연, 래리 칼튼 콘서트까지 재즈로 가득찼던 나날들과도 연결되었다. 종종 복잡다단하고 기교 넘치는 그루브를 들려주고 악기의 합을 중시하며 매력적인 테마가 있다면 충분히 반복한다, 때문에 종종 곡이 길어진다. 10초간 후크(Hook)보단 10분 전량의 분위기를 즐기는, 나에게 툴은 그런 음악이다. 그 지점에서 재즈와 상응한다.
2023 캘리포니아 인디오 파워트립에서 느꼈던 보컬 메이너드 제임스 키넌(Maynard James Keenan)의 중량감은 여전했다. 커다란 모호크 가발에 스크린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키넌은 드림 씨어터의 제임스 라브리에처럼 괴물 연주자를 뚫고 나와 포스를 뿜어낸다. A Perfect Circle과 Puscifer 시절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면 헤어메이크업을 통한 이미지메이킹을 즐기나보다.
12월 7일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인 재즈”와 오사카 허비 행콕 단독공연, 래리 칼튼 콘서트까지 재즈로 가득찼던 나날들과도 연결되었다. 종종 복잡다단하고 기교 넘치는 그루브를 들려주고 매력적인 테마가 있다면 충분히 반복하기에 재즈 어법과도 상당히 닮아있다. 물론 그 중심엔 리듬을 떠받치는 대니 캐리가 있다.
한동안 ‘Sober’와 ‘Schism’의 팀이었던 툴이 새로이 다가왔다. 맥주가 준 약간의 취기에 종종 헤드뱅잉은 했지만 감상용 음악으로도 적합한 밴드였고 실제로 청중 대부분이 이들의 복잡다단하고도 정교한 사운드스케이프에 귀를 기울였다. 인디 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지인은 이틀 후 열린 고베 콘서트도 갈만큼 한번 푹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소리망이다. 1분여의 후크보단 10분 전량의 분위기를 즐기는, 쾌락 이상의 진중함을 표출하는 나에게 툴은 그런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