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팝 금자탑의 위력은 여전해

2026년 1월 9일 펫숍보이스 고베 콘서트

by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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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로킨온소닉 헤드라이닝이 닐 테넌트 건강 이상으로 급작스럽게 취소되면서 1월 6일 도쿄와 9일 고베의 일본 투어 후속 공연이 열릴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되었다. 콘서트 마니아 지인은 “아예 비행기에 안 탔을지도 몰라요” 현실적이고 냉정한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의 직업은 의사다)


다행히도 펫샵보이스는 수차례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통해 테넌트의 회복 소식을 공유했고 다행히 6일 EX THEATER ROPPONGI(도쿄)와 9일 WORLD MEMORIAL HALL(고베) 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다. 팽이처럼 둥근 황톳빛 고베 월드홀에 다가가며 여기서 펫샵보이스의 음악이 울려퍼지겠구나”하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7시 4분쯤 도착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곧바로 “교외 생활에 대한 환멸”을 풍자적인 톤으로 담은 ‘Surburbia’가 들려왔다.

공연 중간 테넌트의 언급대로 "Dreamworld: The Greatest Hits Live," 투어는 펫샵보이스 역사에서 싱글로 발매된 작품들만 추렸고 트랙별 인지도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흡인력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돈이나 열심히 벌어보자”라는 테넌트 특유의 직설적인 노랫말의 도드라진 1985년 작 ‘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부터 2024년 정규 15집 < Nonetheless > 수록곡 ‘A New Bohemia’까지 40년 세월을 되짚었다.


‘They Called Up the Pop Kids / Cause We Loved the Pop Hits’란 가사가 자조적인 ‘The Pop Kids’와(REF와 노이즈 같은 1990년대 국내 레이브 그룹들이 떠올랐다) 크리스 로가 번뜩였던 하우스 넘버 ‘It’s Alright’, 스투어트 프라이스(Stuart Price)의 가세로 젊은 전자음악을 구현한 2023년 < Electric > 수록 트랙 ‘Vocal’ 등 덜 유명한 곡들도 감초 역할을 단단히 수행했다. 감성 기조의 ‘A New Bohemia’에선 관중들의 플래시라이트로 감성을 더했으며 1980년대 이태리 청춘들이 디자이너 명품(아마도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에 집착했던 사치스런 문화를 일컫는 “파니나리(Paninari)”에서 착안한 ‘Paninaro’에선 크리스 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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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 테넌트의 언급대로 "Dreamworld: The Greatest Hits Live," 투어는 펫샵보이스 역사에서 싱글로 발매된 작품들만 추렸고 트랙별 인지도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흡인력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돈이나 열심히 벌어보자”라는 테넌트 특유의 직설적인 노랫말의 도드라진 1985년 작 ‘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부터 2024년 정규 15집 < Nonetheless > 수록곡 ‘A New Bohemia’까지 40년 세월을 되짚었다.

녹색빛 동전이 우수수 쏟아진 ‘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와 디스코텍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포개놓은 듯한 ‘New York City Boy’가 돋보였다. 에드워드 메이브릿지의 말들처럼 미니멀리즘 형상의 사람들을 애니메이션처럼 겹쳐보이게 한 장면과 뉴요커들의 거리 활보를 부감으로 촬영한 장면도 영화적이었다.


전성기 시절 뮤직비디오를 덧입힌 ‘West End Girls’엔 곧바로 닭살이 돋았다. 영상 속 비비안 이스투우드와 말콤 맥라렌이 세운 런던 부티크 숍 SEX도 반가웠다. 노래가 시작하자 알게 모르게 내 옆으로 다가와 있던 러시아 모자(母子) 중 어머니가 “웨스트 엔드 걸스다!”를 외치며 흥분감을 표출했다. ‘It’s a Sin’의 도입부에서도 거의 복붙한 듯한 리액션을 취했다.

펫 샵 보이스는 여타 1980년대 신스팝 밴드들과 궤를 달리하는 잘 세공된 음향을 자랑한다. 심정적으론 아끼고 사랑하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상당히 예스럽게 들릴 뉴웨이브 집단들과의 차별점이다. 크리스 로의 치밀한 프로덕션이 때론 정 없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규 음반 데뷔도 86년으로 좀 뒤고 디페시 모드와 더불어 생명력도 무지 길다. 고품격 콘서트를 지속 중이며, 두 달 전엔 리믹스 앨범 < Disco 5 >를 냈다. 신스팝 개척자라 칭하기 충분하다.


2023년 스페인에서 두 차례, 그러니까 한번은 클럽에서, 다른 하나는 프리마베라 바르셀로나 콘서트에서 이 전설적인 듀오를 목도했다. 금번 고베 콘서트까지 더해 사실상 소규모, 야외 축제, 홀 단위의 대규모 세 단위로 우습지만 야구선수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처럼 뿌듯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가임엔 분명하다. 각각 2010년과 2013년 페스티벌을 통해 방한한 지도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아직은 너무도 건강하고 짱짱한 이 불세출 듀엣을 머지않아 한국에서 보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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