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낳은 팝스타 브라이언 아담스 오사카 콘서트
"시디를 삼킨 듯한 가창력에 아담스 그 자신도 베이스기타-기타로 전성기를 함께한 기타리스트 키스 스콧과 더불어 상급 연주력을 선보였다. 근작 < Roll with the Punches >의 시그니처 복싱 글로브 구조물로 무대 연출에 공들였으며,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편곡, 잼에 가까운 애드리브로 라이브 묘미를 살렸다. 록 발라드 히트곡이 많지만, 막상 웬만한 하드록 뺨칠 정도로 후끈하고 정력적이었다. 1980-90년대를 제패했던 슈퍼스타가 건재함을 넘어 전성기의 연장선에 있음을 입증한 시간.
정확한 사유는 기억 안 나지만 2023년 3월 2일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이언 아담스 내한 공연을 놓쳤다. 2022년 발매작 < So Happy It Hurts > 투어의 일환이었던 이 콘서트는 레전드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텅콘”(관객석이 텅텅 빈 상황)의 오명을 낳았지만 (적어도) 다녀온 사람들만큼은 입을 모아 “최고였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 개인 SNS 계정에 공연 당일 남긴 토막글
종종 신보로 투어 명을 내걸고도 신보의 특징이 안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공연의 달인답게 “Roll with the Punches” 투어 다웠다. 거대한 은빛 권투장갑이 하늘 위를 떠다녔고, 색깔이 다양한 활자로 노랫말을 가득 채운 ‘Never Ever Let You Go’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허스키 보이스와 청량한 기타 리프 등 고유의 로큰롤 작법이 살아있는 ‘Make Up Your Mind’도 한동안 공연장에서 울려 퍼질 트랙이다.
히트곡 퍼레이드
따지고 보면 브라이언 아담스를 열심히 들은 적은 없는데도 셋리스트 70퍼센트가량이 친숙했다. 2023년 내한 당시 종반부에 배치했던 ‘Straight from the Heart’를 오사카에선 무대 정반대 편에서 세트 바꾸어 연주했다. 1984년 그에게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정상을 처음으로 안겨준 ‘Run To You’는 뼛속같이 깊은 로커 정체성이었다. 아담스는 “최애 음반”으로 기타리스트 피터 프램튼이 재적했던 험블 파이의 라이브 앨범 < Rockin’ the Fillmore >와 블랙 사바스의 < Master of Reality >를 들기도 했다. 둘 다 1971년에 나왔으니, 록에 푹 빠진 유년기가 상상된다.
"역대급 기타리프"로 명성이 자자한 ‘Summer of 69’은 절경이었다. 어두운 배경에 아담스에게만 빛을 쏜 채 도입부 기타가 들려왔고 32년 전 모습 그대로 총기 넘치는 보컬리스트는 오래 합을 맞춰온 동료들과 마치 69년의 유년기로 돌아가듯 패기 넘쳤다. ‘All for You’에선 스팅과 로드 스튜어트의 파트까지 소화하며 “보컬 괴물”임을 입증했다.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1985년 빌보드 핫100 넘버원 ‘Heaven’은 어쿠스틱 기타의 속도감 있는 편곡으로 변주를 꾀했다. 언젠가 ‘Heaven’을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지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이 영상을 전송했더니 “이 버전도 꽤 좋은데요?”라며 응답했다.
저 사람 물건인데?
큰 체구의 기타플레이어가 시종일관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 Cuts Like a Knife >(1983)와 < Reckless >(1984) 등 전성기를 함께 했던 키스 스콧이었다. 록 저널리스트 조 마테라(Joe Matera)는 저작 “Louder Than Words: Beyond the Backstage”에서 아담스의 ‘Native Son’에서의 스콧의 연주를 “역대 최고의 기타 솔로”로꼽은 바 있다. 집에 돌아와 “샤워쏭”으로 ‘Native Son’을 듣는데 확실히 훌륭하다. 앞으로 아담스의 노래에선 기타를 유심히 들어야겠다.
드러머 팻 스튜어드와 키보디스트 개리 브라이트처럼 오래 한솥밥을 먹은 연주자 덕에 브라이언 아담스 보다 “브라이언 아담스 밴드” 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팻은 두 차례 정도 곡 앞 뒤로 드럼 솔로를 접붙여 폭발력을 드높였고 개리는 낭만적이며 애상적인 소프트 록에 일조했다.
공교롭게도 1959년생으로 아버지와 동갑인 캐나다산 팝 레전드는 “지금이 전성기 아니야?”란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무결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빼어난 멜로디의 팝록과 거대한 공간을 채우는 아레나록의 정점, 명품 공연의 정석을 봤달까. 부디 2023년 내한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정규 17집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다시 찾아주길, 자기관리의 끝판왕이 이런것이다”를 만천하에 떨쳐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