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잭맨 , 케이트 허드슨 주연 영화 < 송 썽 블루 >
"그러게 'Sweet Caroline'을 오프닝으로 불렀어야지" 처절한 실패를 맛 본 라이트닝 앤 썬더의 첫 공연 후 관계자가 건넨 탄식이다. 농구와 야구를 가리지 않고 미국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울려퍼지는 이 명곡의 압도적 지위를 재확인했다. 허나 "이 곡 말고도 얼마나 좋은 작품이 많은데요!" 주인공 마이크의 강변처럼 'Sweet Caroline'의 주역 닐 다이몬드의 작품 세계는 보배롭다.
https://www.youtube.com/watch?v=ZqU7iiHFCzw
동명의 1984년 작을 리메이크 한 < 풋루즈 >(2011)를 연출하고 팝스타 케이티 페리의 콘서트 필름 < Katy Perry: Part of Me >(2012)를 제작하는 등 음악 영화에 잔뼈 굵은 크레이그 브루어의 2025년도 영화 < 송 썽 블루 >(한국 개봉 2026년 1월 14일)는 캐나다가 낳은 전설적인 음악가 닐 다이아몬드와 친밀도를 쌓을 충분한 기회다.
프로 음악가로서의 성공의 꿈을 놓지 않은 두 중년 마이크/라이트닝(휴 잭맨)와 클레어/썬더(케이트 허드슨)가 닐 다이아몬드 트리뷰트 밴드 "라이트닝 앤 썬더"를 통해 맛보는 인생의 희로애락 이야기. 1990년대 미국 동부 밀워키에서 인기를 그러모은 라이트닝 앤 썬더인 만큼 실화에 기반했다. < 레미제라블 >(2012)과 < 위대한 쇼맨 >(2017)을 통해 뮤지컬 배우의 자질을 보여준 휴 잭맨과 2026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케이트 허드슨도 농익은 연기가 돋보인다.
서로를 알기 전부터 우여곡절로 점철되었던 마이크와 클레어의 삶. 하나가 된 후에도 비극은 멈추지 않는다. 리얼 스토리이기 때문에 각본을 함부로 바꿀 수도 없었을 테지만 결코 극은 우울한 분위기로만 빠지지 않는다. "한번 진하게 부르고 나면 이내 기분이 좋아지죠"란 노랫말의 주제가 'Song Sung Blue'처럼 어두움 뒤엔 빛이 따름을 믿는다. 마이크가 클레어에게 닐의 노래를 인용해 "당신은 8월의 뜨거운 밤(Hot August Night)이자 9월의 달빛(September Moon)이에요"라며 사랑 고백하는 장면은 낭만 그 자체.
단순한 리메이크는 아니에요!
비록 유명하지도,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지만, 예술가로서 자부심이 대단한 마이크. 닐 다이아몬드 트리뷰트를 구상할 때부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성을 살핀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랍어로 '평안'을 뜻하는 'Soolaimón'을 오프닝 넘버로 강조한 것도 단순한 복각품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 주술적 분위기의 'Soolaimón'은 타악기 팀파니와 코러스 보컬의 화려한 구성으로 극의 클라이맥스 격인 밀워키 콘서트를 장식했다. 공연 순서와 여러 악기 연주자를 위시한 다채로운 편곡 등 자기 주도적 밴드였다.
부푼 마음의 첫 라이트닝 앤 썬더 콘서트는 "레너드 스키너드 같은 하드 록을 연주하라!"는 바이크족의 맥주병 세례로 막 내렸지만. 사실 닐만큼 대중과 아티스트로부터 폭넓게 사랑받은 가수도 드물다. 'Smoke on the Water'의 레전드 딥 퍼플과 시카고 출신 얼터너티브 록 밴드 어지 오버킬(Urge Overkill)같은 강성 음악가들이 각기 'Kentucky Woman'과 'Girl, You'll Be a Woman Soon'을 리메이크할만큼 록 음악가에게도 환대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1fr1iyhkyVs&list=RD1fr1iyhkyVs&start_radio=1
1980년대 레게 팝의 부흥을 선도한 유비포티(UB40)의 'Red, Red Wine'과 비틀스를 표방했던 팝록 밴드 몽키스의 대표곡 'I'm a Believer'도 닐의 작품. 클레어의 딸 레이철의 임신을 비롯해 극적인 일들이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주요 장면에 'I'm a Believer'가 흘렀다. 본디 미국 시트콤 < All That Glitters >를 위해 쓰였다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의 듀엣으로 지명도가 상승한 'You Don't Bring Me Flowers'도 빼놓을 수 없다.
전기 영화 아니야?
마이크와 클레어가 로맨스를 속삭이는 장면에서 흐른 'Play Me'의 어쿠스틱 기타 선율은 감미롭고,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던 마이크가 전우와도 같던 재활 시설 동료들에게 보내는 'Song Sung Blue'는 "비극에도 절망하지 않고 굳게 일어서리"라는 주제 의식을 함축했다. 너바나와 더불어 1990년대 그런지 록의 구세주로 부상했던 펄 잼의 등장도 록 마니아에겐 반가운 순간. 강력한 음향을 구사하는 펄 잼의 프론트퍼슨 에디 베더와 라이트닝 앤 썬더가 합을 맞춘 'Forever in Blue Jeans'에 연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역시 좋은 음악은 장르와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명료한 진리를 읽는다.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Holly Holy'와 클레어에게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불가피하게 태국 식당에 취업하게 된 마이크가 레스토랑 오너와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처럼 삶의 의지를 다지는 'As I Am'까지 닐의 베스트 앨범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파킨슨 병 진단으로 2018년 1월 투어를 중단한 이후 그의 공연을 만날 수 없지만 최근 훈훈한 영상을 하나 봤다. 휴 잭맨과 닐이 꼭 붙어 노래부르는 모습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라온 것. 현실적으로 향후 활발한 공연 및 투어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팬들에겐 소소한 자취 하나하나가 소중한 법이다.
대중음악사를 향한 혁혁한 공헌으로 2018년 그래미 어워드 평생 공로상과 2011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빼어난 작곡 솜씨로 1984년 일찌감치 싱어송라이터 명예의 전당까지 받은 닐 다이아몬드. 국내에서 특히 사랑받는 'Solitary Man'과 불멸의 고전 'Sweet Caroline', < 송 썽 블루 >의 주제가 'Song Sung Blue'까지 그의 음악은 영원토록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히 빛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tBKv9ZMojM&list=RDutBKv9ZMojM&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