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 록의 굵직한 이름

2025년 11월 5일 픽시스 도쿄 콘서트

by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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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얼마 안 앉아 있는데도 고도의 집중력으로 전교 1등을 밥먹듯 하는 학생. “토이” 유희열의 유쾌한 표현처럼 “코 흥하고 풀면 명작이 튀어나오는’ 천재. 픽시스 리더 프랭크 블랙의 2025년 11월 5일 엑스 씨어터 롯폰기(Ex Theater Roppongi)에서의 퍼포먼스를 보고 떠오른 낱말들. 공연 끝나고 약간의 취기와 덥루어 아사카사역까지 한참 걸으며 들은 프랭크 블랙의 1994년 두번째 독집 < Teenager of the Year >를 들으며 이 마음이 더욱 강화되었다.


쓸 때 없이 뻥튀기해 놓은 10분짜리 프로그레시브 록보다 블랙 프랜시스의 2분 러닝타임이 유의미하고 가치 있다는 러프한 생각마저 피어났다. 과격한 펑크에 감싸여 있는 블랙 프랜시스가 유년기부터 쌓아온 수만가지 어법들과 시도떄도없이 꿈틀거리는 다이내믹스, 달큰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1990년대 얼트록신을 재패한 “나침반자리”의 미덕이다.

기타리스트 조이 산티아고의 트레몰로 피킹이 1960년대 서프록을 반추한 ‘Wave of Mutilation’과 라틴 언어를 하드코어 펑크(Punk)에 이식한 ‘Isla de Encanta’, 구름과 안개처럼 신비로운 드림팝 ‘Velouria’까지. 짧은 곡들이 품은 다채로운 스타일에서 밴드의 드넓은 스펙트럼을 감지한다.


이번 도쿄 콘서트는 2024년에 발매된 정규 9집 < The Night the Zombies Came >을 기념하는 월드투어기도 하다. 9집은 유수의 매체로부터 호평 받았다. 실연이 준 좌절감과 상처를 노래한 ‘Chicken’과 “난 테네시 주 어딘가에서 반려견을 잃었어요(I lost my dog down Tennessee)”란 구절이 상상력을 극대화한 ‘Mercy Me’에서 신보도 픽시스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음을 증명했다. 첫 싱글로 채택된 스트레이트 펑크 ‘You’re So Impatient’와 필 스펙터의 풍성한 음향을 상기하는 ‘Jane(The Night the Zombies Came)의 셋리스트 불포함은 아쉽다.


의도된 것일까? 베이스 소리가 음원 이상으로 부각되었다. 밴드의 역사 내내 덜컹거렸던 포지션으로 또 하나의 축을 맡았던 킴 딜과 2019년 작고한 킴 세턱(Kim Shattuck) 등 여러 인물이 거쳐갔다. 2024년부터 네번째 베이스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예술가 겸 음악가 엠마 리차드슨은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묵직한 연주로 존재감을 단단히 했다. ‘Hey’와 ‘Monkey Gone to Heaven’에서의 코러스도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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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내 최연장자이며 단순명료하나 위력적인 리듬의 기둥을 세운다는 점에서 스매싱 펌킨스의 지미 쳄벌레인과 닮은 데이비드 로버링은 ‘Motoroller’와 ‘Chicken’에서 빛을 발했다. 러시를 동경한다고 하니 무릇 닐 피어트의 영향받았겠지만 피어트같이 어마무시한 테크닉은 없었다. 픽시스에 필요한 스타일은 아니니 그 기술을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뜬금없지만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과 존재론을 경험으로만 설명하려는 철학적 관점”을 일컫는 “현상 과학(Phenomenalism)”에 기반한 “마술사”로도 활동중인 로버링이다.


원숭이 머리에 헤일로(Halo)가 그려진 명반 < Doolittle >(1989)이 두 명곡이 빠진건 뼈아팠다. 엑스 씨어터 롯폰기 유유히 빠져나가던 검정 티셔츠 차림의 어느 관객도 그 지점을 언급했다. “‘Debaser’와 ‘Mr. Grieves’을 왜 안 했니!” 전자 같은 경우는 픽시스 최애 곡 중 하나라 특히 뼈아팠다. 한편으론 다른 공간에서 ‘Debaser’를 들으러 이들을 다시 만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픽시스 하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그 녀석은 명문대를 나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향해 매진 중이다. < Surfer Rosa >와 < Bossanova >(1990)를 즐겨 들었던 그는 약간의 똘끼(?)와 비상한 머리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블랙 프랜시스와도 닮았다. 언젠가 그가 한국에 돌아올 때 일본에서 픽시스를 보았던 얘기를 들려줘야겠다. “혹시 아직도 픽시스 듣니?”란 물음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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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스 리더 블랙 프랜시스 일명 프랭크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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