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록과 시어트리컬 록의 정수

2026년 3월 2일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비엔나 콘서트

by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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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직까지 내한을 오지 않은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이기 때문일까, “플로렌스 웰치의 퍼포먼스를 한번쯤 꼭 보고 싶어요” “플로렌스 웰치를 최고의 프론트퍼슨이라고 생각합니다”같은 음악 관련 지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현장의 흥분감이 가라앉을 즈음 나 또한 이 공연이 갖는 무게감을 인지했다.


‘Abracadabra’와 ‘Disease’같은 레이디가가의 곡들은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비엔나 콘서트가 가가의 < MAYHEM > 투어처럼 스펙터클에 천착할 것임을 예후했다. 다리오 아르젠토가 연출한 이탈리아 공포 영화 고전 < 서스페리아 >(1977) 속 이태리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고블린의 필름 스코어는 영화적 구성을 짐작케 했고. 비명과 블랙드레스를 입은 안무가들의 ‘Everybody Scream’부터 한편의 음악극을 보는 듯 했다. 기다랗게 나온 돌출부에 등장한 플로렌스 웰치는

Everybody dance ! (모두 춤을)

Everybody sing ! (모두 노래하고)
Everybody move ! (모두 움직여)
Everybody scream ! (모두 소리 질러)

의 구호로 관객을 선동했다. 바로크팝과 실험성이 도드라지는 ‘Witch Dance’를 지나서 2011년 영국 싱글차트 12위를 기록한 ‘Shake It Out’이 선명한 후렴구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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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전광판에 도열 된 웰치의 얼굴과 붉은 조명 아래 영화 < 블랙 스완 >처럼 우아하고도 날카로이 몸을 떤 발레리나들. 웰치의 분신 혹은 다중자아같은 무용수가 시종일관 시선을 붙들었다. “Say My Name”이란 코러스가 또렷한 ‘Spectrum’과 휴대폰 플래시로 감성을 더한 ‘Never Let Me Go’ 에선 고전적이고도 감정의 결이 살아있는 웰치의 가창에 비너 슈타트할레(Wiener Stadthalle)가 오페라 극장 비너 스타트소퍼(Wiener Staatsoper)으로 둔갑한 듯했다.

금번 콘서트를 통해 애청곡으로 자리매김한 ‘One of the Greats’, 예술가의 성취와 비즈니스의 엄혹한 생리, 그 안에서 여성으로서의 생존을 아우른 이 날카로운 작품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2023년도 영화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 중요 액션 시퀀스에 실렸던 ‘Dog Days Are Over’에선 “여러분이 이 노래 촬영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폰을 내려놓고 함께 즐기는 게 어떨까요?”라며 진실한 경험을 강권했다. 히피처럼 꽃 머리띠를 두른 숙녀들의 힘찬 점프에 일순간 1960년대 말 “사랑의 여름”을 형상화했다.


천장 높은 곳에서 공연을 본 나와 달리 친구들은 스탠딩 존 1열에서 보다 생생한 경험을 했다고. 우연히 만난 친구의 친구는 아예 웰치와 포옹까지 했단다. “콘서트 보러 가는 거 그다지 안 좋아해!” 종종 농을 던지는 친구도 생일 선물로 받은 이 각별한 경험에 만족한 모양. 한동안 이날 구한 투어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녔다.

개인적 공연 관람 역사에 의거, 2022년 맨체스터의 록시 뮤직 브라이언 페리와 2025년 오사카의 펄프, 2026년 비엔나에서의 플로렌스 앤 더 머신 그리고 플로렌스 웰치는 무릇 실상이 불분명한 아트팝의 본령을 그들만의 예술성으로 펼쳐 보였다. 시청각을 두루 만족시키는 극적 움직임은 시어트리컬 록의 정수기도 하였다. 웰치의 독보적 지위를 각인시킨 “플로렌스 앤 더 머신 인 비엔나”는 아트록의 영리하고 효율적인 생존 방식이요, 타진해 나갈 법한 방향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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