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 소울 레전드 스타일리스틱스 도쿄 콘서트
줄지은 인파로 정신없던 도쿄역이 준 약간의 스트레스가 ‘Betcha by Golly, Wow’로 확 풀려버렸다. 이내 “이보다 더 좋은 성탄절이 있을까?”란 마음과 함께 세 노신사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싱그러운 샴페인 한 잔과 원래 나오는지도 몰랐던 프렌치 풍 저녁 식사에 우아함이 배가되었다. 도쿄 인근 가메아리를 걸으며 톰 벨(스타일리스틱스의 명곡과 함께했던 음악인)이 프로듀싱한 곡을 쭉 들었던 산책길과 가을날도 되새겼다.
육체적이고 원초적인 소울-훵크도 좋지만 가끔은 감미롭고 고풍스러운 곡조가 당긴다. 현악기와 관악기의 고전적 질감을 비롯한 부드럽고 세련된 프로덕션을 기조로 하는 필라델피아 소울, 일명 필리 소울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성행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스피너스와 오제이스, 델포닉스와 더불어 필리 소울 레전드의 지위가 굳건한 스타일리스틱스의 영접을 놓칠 수 없던 연유.
후에 프린스도 리메이크했던 ‘Betcha by Golly, Wow’에서 영글었던 눈물이 ‘You Make Me Feel Brand New’에서 볼까지 흘러내렸다. 애리언 러브(Airrion Love)의 나직한 바리톤 보이스 다음 제이슨 샤프(Jason Sharp)의 섬세한 하이노트가 울려퍼지고 이내 애리언과 샤프, 허브 머렐(Herb Murrell)의 세 갈래 음성이 포개진다. “당신은 날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요” 이 얼마나 낭만적인 표현인가. 바로 전에 연주했던 “You Are Everything(당신은 나의 모든 것)”과 더불어 빌보드 라이브 도쿄가 장미 꽃밭으로 탈바꿈했다. 샤프는 노년의 숙녀가 내민 손에 달콤한 입맞춤을 남겼다.
“마성의 BGM” 느낌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Can’t Give You Anything (But My Love)’ 에선 모두가 일어나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1977) 존 트라볼타처럼 손가락을 하늘 위로 쭉쭉 내질렀다. 1975년 빌보드 싱글차트 51위, 신기하게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정상고지를 밟았던 이 작품은 디스코의 절정기인 1970년대 말 이전인 1975년에 세상에 나왔다. 미국 음반가게에서 쉽게 발견하는 < Thank You Baby >(1975)의 대표곡으로 제목부터 음악적 방향성을 감지하는 ‘Disco Baby’란 곡도 여기 실려있다. 필리 소울의 정점의 디스코로의 이행은 이들의 유연한 음악성을 암시한다.
2011년에 가입한 막내 제이슨 샤프의 팔세토는 2000년에 떠난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러셀 톰킨 주니어를 훌륭하게 대체했다. 폴 매카트니나 아이언 메이든 브루스 디킨슨처럼 세월을 거스르는 불가사의도 있으나 물리적으로 20대와 70대의 기량이 같긴 어렵다. 1980년생 기타리스트 리치 카스텔라노 가 전면에 나섰던 2025년 11월 22일 미국 Royal Oak Music Theatre에서의 블루 오이스터 컬트 콘서트처럼 그나마” 젋은 멤버가 퍼포먼스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
가슴과 눈, 귀에 차례로 손을 갖다대는 귀여운(?) 안무(솔리드와 보이즈 투 맨 같은 1990년대 알앤비 그룹이 떠올랐다)의 ‘Stop, Look, Listen (To Your Heart)’과 제목처럼 로큰롤로 편곡해 목요일 밤을 뜨겁게 달군 ‘Rockin’ Roll Baby’, 리듬이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처럼 들렸던 ‘Heavy Fallin’ Out’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경유했다. 마찬가지로 2025년 12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인 재팬과 오사카에서 공연을 펼쳤던 허비 행콕의 ‘Chameleon Man’을 활용한 밴드 소개도 기억에 남는다.
앙코르에 산타 모자를 쓰고 등장한 세 노익장은 1978년 < In Fashion >에 수록된 마이클 잭슨과의 동명이곡 ‘I Just Can’t Stop Loving You’와 ‘The Christmas Song’을 들려줬다. 후자는 냇 킹 콜의 버전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의 고전이다. 한번쯤 꼭 만나고팠던 필리 소울의 전설이 불과 3미터 거리에서 생생하게 펼쳐졌다. 보이지 않는 음악애호가 산타가 선물한 훌륭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