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를 믹스한 듯한 아름다운 도시에 다녀오다
아! 스트라스부르는 아름다워라.
독일과 프랑스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이 도시는 일 강(Ill River)의 유수가 풍부하다. 밤늦게 도착해 4시간밖에 못 잤지만, 정신은 맑았다. 마침 유명한 베이커리가 근처에 있어 바게트를 하나 샀다. 숙소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좀 쉴 요량이었지만 밖에 나온 김에 비효율적일 것 같아 그냥 바로 여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다했다!’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화창했다. 햇살이 비친 강물과 갈색빛 다리가 서로의 색을 건네며 웃어 보였다. Église réformée Saint-Paul 란 고딕 양식 교회를 시작으로 Parlement Europaéen(유럽 의회)까지 쭉 올라갔다. 주요 명소에다 불어-독어-영어로 설명을 붙여놓는 친절함이 돋보였다.
아, 맘에 쏙 든 건축 양식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벽면에 목재를 덧대는 방식인데 알자스로렌 지역의 특징이라고 한다. 뉴욕에 머물 때 주말여행으로 다녀왔던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에서도 이런 모양을 봤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국립 도서관과 오페라 극장을 지나 대망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 다다랐다. 끝없이 솟아있는 뾰족한 첨탑들의 집합.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화려했다. 1647년부터 1874년까지 장장 227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하며 군데군데 로마네스크 양식이 섞여 있지만 고딕 건축물의 정수로 여겨지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대성당을 일컬어 "거대하고 섬세한 경이" 라고 말했다.
점심으론 bouchées à la reine 를 먹었는데 맛은 좋았으나 좀 느끼했고 식도염 환자인 나에겐 무리였는지 반 정도밖에 못 먹었다. 맛은 괜찮은데 이렇게 남겨야 할 때 괜스레 민망하다. 후식으로 사과를 먹었는데 유럽은 사과가 참 다양하다.
일 강에 놓인 많은 다리에 턱을 괴고 파란 강물에 비친 건물의 그림자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사람이 세운 건축물과 물결의 파문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이미지. 화사한 날씨가 준 축복. 오후가 넘어가자 아이들을 실은 보트 투어가 떠들썩했고 ‘나도 한번 해볼까?’ 검색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레코드 가게 두 군데에 들러 사리사욕도 좀 채우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긴 투명 유리로 된 스트라스부르 기차역을 뒤로 하고 메츠행 기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