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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Jun 26. 2022

열흘 유럽 여행기_카를스루에

평화롭고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오다.

원래 여행기는 잘 쓰지 않지만 한 번쯤 몸이 느낀 경험을 글로 남겨도 좋다. 과거와 미래의 여행을 문자화해줄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마음으로 열흘간의 짧은 유럽 여행기 시작해본다.



첫출발은 카를스루에였다. 카를스루에를 택한 이유? 별거 없다. 여행지를 아무 생각 없이 택하곤 한다. ‘그냥 이름이 끌려서’ 아니면 ‘꼭 가야 하는 목적지와 가까워서’ 같은 얕은 이유가 허다하다.



카를스루에를 끼워 넣을 수 있을까 아슬아슬했다. 첫 번째 날 숙소는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 스트라스부르에 있었고 그곳에 늦어도 자정쯤엔 도착해야 했다. 작은 도시라도 최소 세 시간의 여행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니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6시 반 이전엔 칼스루에행 열차를 타야 했다.



수속 시간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수하물 찾는 시간을 줄이고자 캐리어를 기내에 갖고 탔다. 생각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일찍 도착했지만, 열차 편은 대부분 솔드아웃되었고 그나마 남은 것들 것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대신 저가 버스회사 플릭스버스(Flixbus)를 선택, 18유로 정도에 카를스루에에 갈 수 있었다.



작은 캐리어라도 끌고 다니며 여행하는 건 무리다. 고맙게도 독일의 기차역엔 물품 보관소가 있어서 몇 유로 동전만 넣으면 짐을 보관할 수 있다. 캐리어와 배낭을 몽땅 밀어 넣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를스루에는 작고 평화로웠다. 도심 가는 길목에 동물원이 있어 멀리서나마 코끼리를 보았다. Europaplatz 근처에서 물 주전자를 든 여인 동상을 보고 햄버거를 테이크아웃했다. Schlossgarten(성의 정원)에서 빨간 노을을 바라보며 저녁 먹은 건 참 잘한 선택이었다. 카를스루에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다.



카를스루에는 황톳빛 피라미드가 있는 Marktplatz를 중심으로 관광지가 모여있어 여행하기 편리했다. 노란색 건물이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Badisches Landesmuseum(바덴 국립 박물관) 앞에선 한 커플이 전시회 관련 이모저모 얘기를 나눴고 이미 어둑해진 후에 본 Konzerthause(콘서트홀) 상단의 부조는 귀여웠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니 스트라스부르 행 기차 시간이 다가왔다. 조금 피곤했지만 짧고 굵은 카를스루에 여행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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