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감정을 다시 느끼다.
메츠(Metz)는 프랑스 동북부의 도시다. 아르누보 박물관으로 유명한 낭시(Nancy)와 메츠 중 어디를 여행할까 고민하다가 뤽상부르와 조금 더 가까운 메츠를 택했다.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는 기차역과 좀 떨어져 있었다. 도중에 UFO처럼 생긴 퐁피두 센터(분관이고 본관은 파리에 있다.)를 만났다. 프랑스 건축가 장 드 가스틴과 시게루 반이 합작한 건축물이라고 레코드로 무거워진 캐리어를 벅벅 끌고 20분을 걸어 낡은 아파트먼트에 도착했다. 주인 Davy는 영어는 잘하지 못했지만 친절했다. 알고 보니 그와 거실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틈틈이 그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공유했다.
메츠도 날씨가 참 따사로웠다. 적당히 덥고 습하지도 않은. 날씨가 좋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곳곳에 설치된 중세풍의 문(Tor)와 성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Basilica of Saint-Pierre-aux-Nonnains(메츠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원래 궁전으로 쓰이다가 수녀들에 의해 교회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이름에 Nonnain(Nun)이 들어간다고.) 라는 교회는 천장이 높았는데 어느 여성이 성악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천장에 부딪힌 소리의 울림이 대단했다.
메츠도 스트라스부르처럼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모젤 강에 떠다니던 연꽃은 참 아름다웠고 프랑스에서 왜 뛰어난 인상주의 화가가 많았는지 이해했다.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네오고딕 풍 첨탑 Temple de la garrison과 메츠에서 가장 큰 교회라는 Abbaye et Basilique Saint-Vincent(아따 이름 어렵다...)를 지나 메츠 대성당에 도착했다.
미니어처 탑들을 여러 개 이어 붙인 듯한 외양도 인상적이었지만 압권은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수백 번은 넘게 본 유럽 교회/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중에서도 메츠 대성당의 그것은 독보적이었다. 마르크 샤갈이 제작한 이 동화적이고도 신비로운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메츠 여행의 이유는 충분하다.
Marché Couvert는 본래 주교들의 성으로 제작된 건물이지만 1831년부터 시장으로 사용되었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시장이 있어 이색적이고 규모는 작지만 정육, 어류,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를 만날 수 있다.
점심은 평점 높은 프렌치 레스토랑 Chez Moi에 가려고 했다. 2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인 터라 바삐 걸어 1시 5~10분쯤 도착했다. 종업원이 손님 안 받는단다. ‘브레이크 타임이 1시간밖에 안 남아 그런 건가?’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근처에서 팟타이를 먹고 다시 Chez Moi를 지나가는데 내가 앉으려 했던 1인 테이블에서 아주머니가 식사 중인 것이다. 내가 모르는 상황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크지 않은 도시에 레코드 가게가 여러 군데 있어 신기했다. 두 곳에 들렀는데 Discover라는 곳에 물량이 많아 프렌치 신스팝을 몇장 구했다. 넉넉히 사 가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캐서린 라라의 <Ad Libitium>은 공짜로 주셨다.
이번 여행에서 메츠가 가장 볼거리가 많은 도시라고 하긴 어렵다. 그런데 나는 2016~2017년 한창 유럽 여행을 하며 느꼈던 야시꾸리한 감정을 메츠에서 느꼈다. 단지 유럽이란 이유로 하늘을 부유하는 듯한, 말도 안 되는 어쩌면 자기 합리화에 가까울지 모르는 그런 감정. 왜 메츠에서 느꼈을까? 날씨가 좋고 마음도 편해서 그랬을까.
다음 행선지는 뤽상부르(룩셈부르크). 메츠에서 기차로 딱 한 시간 걸린다. 이번 여행에서 네덜란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2박 이상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뤽상부르선 또 어떤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