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멋진 중세풍 요새 도시를 다녀오다.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던 룩셈부르크.
우리에겐 펑크 록 밴드 크라잉 넛의 노래 제목으로 더 익숙할지도 모르는 룩셈부르크는 네덜란드, 벨기에와 함께 ‘베네룩스’ 삼국을 구성하는 작은 나라다. 공작이 다스려서 대공국의 명칭을 가졌고 국가와 수도의 이름이 룩셈부르크로 같다.
늘 가고 싶었던 룩셈부르크는 전 여행지인 메츠와 가까웠다. 기차로 딱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룩셈부르크는 야경이 멋들어진 ‘요새 도시’였다. 기대한 만큼, 아니 기대 이상의 멋진 여행지였다.
숙소 얘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야겠다. 2016년 암스테르담 교환학기와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사이 몇 차례 유럽 여행 대부분은 호스텔에서 보냈다. 1박에 만 원(약 7~8유로) 미만의 곳도 있었고 한 방에 열 명이 넘는 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함께 지냈다. 거기서 발생하는 수많은 일시적 만남과 때론 재밌고 때론 귀찮은 스몰 토크. 팬데믹이 앗아간 그 문화가 서서히 회복기로 들어선 지금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가 예약한 룩셈부르크 유스 호스텔은 딱 예전의 느낌을 떠오르게 했다. 지나치게 긴 체크인 대기 줄과 로비에 앉아 밤을 지새우며 수다 떠는 사람들, 단출한 무료 조식.
체크인을 마치고 나니 9시가 훌쩍 넘었다. 밤 여행을 할지 아니면 쉴지 고민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시간을 알차게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결과적으로 “룩셈부르크 나이트타임 트래블”은 대성공이었다.
아 지금부터 룩셈부르크 대신 뤽상부르라는 표현을 쓰려고 한다. 조금 더 곡선적인 발음에서 알 수 있듯이 룩셈부르크의 프랑스 이름. 여행하면서 프랑스의 문화를 강하게 느꼈다. 몬트리올을 몽레알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뤽상부르는 그랜드 두칼 궁전을 품은 올드타운에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다. 올드타운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또 다른 시가지가 나오는데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재미가 있다.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Bock Casemate라는 거대한 동굴 겸 요새가 있는데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느낌이다.
10분 정도 걷다 보니 올드타운이 나왔다. 10시가 넘은 평일 밤인데도 노천 식당/바는 왁자지껄했다. 거기만 시끌벅적했던 걸 보니 몇 안 되는 늦게까지 하는 술집이었나 보다. 알제트 강 너머로 보이는 야경이 멋졌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올드타운의 절반을 돌아버렸다.
기욤 2세 동상은 주변 공사로 인해 가려있었고 Cathedrale Notre-Dame은 닫혀있었지만(늦은 시간에 갔으니 닫힌 건 당연하다.. 그리고 난 결국 내부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