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와의 두 번 째 만남.
암스테르담 교환 학기 때 유럽 친구들로부터 벨기에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온통 좋은 얘기뿐이었다. 헨트, 브뤼셀, 브뤼헤 등 여러 도시가 멋지다고 들었다. 앤트워프만 잠깐 다녀온 나에게도 벨기에는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번에 벨기에와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불어를 쓰는 왈롱 지방의 주요 도시로 오랜 기간 문화 중심지였던 리에주. 이전 여행지인 룩셈부르크와 다음 행선지 발켄부르크 사이에 있어 이동 경로상으로도 적당했던 곳이다.
유럽 여행을 하면 수많은 교회와 성당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조각상과 파이프 오르간,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지만 비슷비슷한 모양에 지치기도 한다. 그래서 ‘굳이 모든 교회에 다 들어갈 필요는 없다.’ 마음먹었다. 이번 여행에선 신도들의 자리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체력을 회복했다. 10분만 졸아도 정신이 맑아졌다.
타원형의 공원 Parc d Arroyo에선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와 맥주 향이 코를 간질간질했다. 그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간접적으로나마 파티 분위기를 느꼈다.
서로마의 황제였던 샤를마뉴 대제의 동상과 Collegiate Church Saint-Jacques를 지나 도심에 다다랐다. 작은 규모의 리에주 시내는 도보 여행하기에 벅차지 않다. 거대한 체스판이 있는 광장에서 크게 말다툼하는 노부부를 보았다. 여인은 담배를 태우며 불안한지 다리를 떨었고 남자는 계속 언성을 높였다. 수십 년을 함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축복이자 불행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탈리아 공포영화 거장 후 치오 풀치와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허우샤오셴의 블루레이를 판매하는 서점(파솔리니의 책도 봤다)에 들렸다가 Record Planets라는 음반 가게에 갔다. 메탈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곳이라 눈길이 갔고 네덜란드 하드록 밴드 골든 이어링(Golden Earring)의 1973년 작 <Moontan>과 독일의 스페이스 록 밴드 엘로이(Eloy)의 1979년작 <Silent Cries Mighty Echoes>를 구매했다.
Place Saint-Lambert 광장에 도착했을 때쯤 너무 더워 게토레이 비스름한 레몬 향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원래 이곳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과연 리에주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날이 올지.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