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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Jul 14. 2022

열흘 유럽 여행기_리에주 2편

츄로스하면 스페인이 떠오르듯 벨기에는 와플이다. 식도염 환자에게 기름과 설탕 범벅 와플이 좋을리 없어서 한참을 고민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거 대표음식 한번 먹어봐야하지 않겠는가? 가장 유명한 와플 가게 Une Gaufrette Saperlipopette 에서 가장 조그만 플레인 와플을 하나 시켜먹었다. Musee De La Vie Wallonne 라는 박물관에서 동물과 사람이 함께 나온 흑백사진 작품을 몇 점 관람하고 리에주의 명소인 Montagne de Bueren에 도착했다.


리에주에서 가장 유명한 와플 가게


374 계단으로 된 몽타뉴 드 부랑은 본디 군인들의 빠른 이동을 위해 설계되었고 이름도 벨기에 장군인 뱅상 드 부랑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금은 도시를 한 눈에 관망하는 경치 맛집이 되었다. 뻘뻘 땀 흘리며 올라가는 아저씨와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젊은 여성 사이로 들숨날숨을 섞어가며 걸음을 내딛었다. 중간중간 멈춰서서 바라보는 도시 전경이 멋들어졌다. 정상의 벤치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아주 편안한 자세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레코드 가게를 한 군데 더 들렀다. Lost in Sound 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가게엔 영미권 음반이 대부분이었지만 밀톤 나시멘토, 펠라 쿠티 같은 남미, 아프리카 뮤지션들도 보였다. 나는 벨기에 뉴웨이브 그룹 Jo Lemaire+flouze의 <Precious Time>과 프랑스 아비뇽 출신의 전위적 여성 뮤지션 Mama Bea의 <Le Chaos>를 샀다. <Lemarie flouze>를 구매했다. 음반을 담은 갈색 종이봉투는 캐리어에 실려 한국까지 함께 왔다. 빨강과 하양의 조화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성 바르톨로뮤 교회를 지났다.




이상하게 체력이 빠진 느낌이었지만 부브히 공원은 꼭 가고 싶었다. 힘을 내 버스를 타고 공원에 도착, 많은 이들이 소풍 나와 좋은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백조들은 먹이를 달라고 응석부렸고 아이들은 백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토록 평화로운 시간 급속도로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가고 있음을 몰랐다.


부브히 공원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핸드폰까지 바꿨는데! 6퍼센트 남짓한 배터리로 몇십분을 버틸 수 있을거란 안일함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부브히 공원과 Pont de Fragnee 다리의 풍경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뭐 뻔한 얘기지만 눈과 마음에 담았으니 무슨 문제겠는가! 괴테는 사진 없이도 여행 견문록의 걸작 <이탈리아 기행>을 펴내지 않았는가!


사진 못 찍는 아쉬움에 터벅터벅 Guillemins 기차역에 걸어갔다. 하필 보조배터리도 먹통이 되어 어떻게든 충전기 연결할 곳을 찾아야했다. 아 우주비행선 모양의 미래공학적인 기차역에 왜 플러그가 하나 없냔 말이다. 아 사실 사이클 운전으로 전력을 끌어다가 충전하는 사이클이 있었지만 아무리 다리를 굴려봐도 퍼센테이지가 올라가지 않았다. 자전거가 문제인지 내 다리가 문제인지.


찾고 찾은 끝에 한 구석에 작은 플러그를 발견해 7퍼센트까지 충전했다. 이 귀한 7퍼센트를 갖고 근처의 케밥집에 갔다. 친절한 아저씨의 허락으로 20퍼센트까지 충전, 자신감까지 채웠다. 케밥을 들고 역 앞 벤치에 앉았다. 궁둥이가 커다란 말벌이 내 주변을 날아다녔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얼굴 근처로 오더니 갑자기 내 얼굴로 달려들었다. 깜짝 놀라 음식을 쏟았고 비둘기 수십마리에 무료저녁을 제공했다. 옆에 아주머니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너무 많은 숫자의 비둘기들이 미친듯 쪼아먹는 생존 본능을 보니 섬뜩하기까지 했다.



이제 핑크팝 페스티벌 관람을 위해 네덜란드 남부의 발켄부르크로 떠난다. 앤트워프와 리에주. 벨기에의  도시들에 하나씩 빗금을 쳐간다. 헨드, 브뤼셀, 아직 많이 남았다. 와플과 초콜릿 말고도 멋진 게 너무 많은 벨기에,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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