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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Sep 11. 2022

 시네바캉스 서울 - 나의 스무살:영원한 젊음

서울아트시네마와 함께 떠나는 영화 여행 

저 멀리 유럽으로 떠나지 않아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떠나는 <시네바캉스 서울> 덕에 매년 여름은 풍요롭다. <나의 스무살: 영원한 젊음>이라는 부제로 펼쳐진 올해 영화제에서 여섯 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감상한 작품이 모두 특별했다. 간단하게나마 각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남겨본다.


1)록키 호러 픽처 쇼(1975) / 짐 셔먼

가히 충격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명성을 수없이 들어온 이 컬트 명작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블랙 코미디와 공상과학(SF)을 사이키델릭하게 버무리고 말도 안 되는 대사들과 비주얼로 초현실주의를 이룩한다! 1973년 작 뮤지컬 <록키 호러 쇼>를 제작한 리처드 오브라이언은 각본, 연기로 혁혁한 공을 세웠고 니콜라스 리그의 에서 <배드 타이밍>(1980)에서 음악을 맡았던 리처드 하틀리가 오브라이언의 곡을 멋들어지게 편곡, 하드록과 글램록의 향연이다! 이 영화, 기회가 된다면 꼭 극장에서 보시라!


2)서른 살의 죽음(1982) / 로맹 구필

프랑스 젊은이들이 미국의 월남전 참전, 자본주의, 기존 정치체제에 항거하며 일어난 68운동은 당대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영화의 직간접적 소재가 되었다. 감독 로맹 구필이 직접 찍은 푸티지와 인터뷰 영상, 픽션이 뒤섞인 이 작품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처럼 긴 타임라인을 아우른다. 68운동이 준 혼란과 혼돈,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뇌는 감독의 실제 친구의 죽음으로 대변되고 이 지점에서 어떠한 허무주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3)찬란함의 무덤(2015)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꼭 공상과학과 판타지가 아니더라도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드라마는 신비롭다. 군인들의 치료 시설이 갑자기 파란, 초록 빛으로 물들일 때, 주인공 젠자라가 배의 상처를 보여줄 때, 영매 켕과 함께 거대한 나무와 대화할 때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영화매체의 마법성이 펼쳐진다. 장소의 변화 인물 간의 갈등 없이 비교적 담담하게 흐르지만 그 속에서 잔잔한 꿈틀거림을 감지한다. 어쩌면 이 모든게 수면병에 걸린 병사의 꿈일지도.


4)폭로자(1968) / 필립 가렐
 흑백의 무성영화 속 남자와 여자는 숲을 뛰어다니고, 자신들의 합작품인지 아니면 우주에서 똑 떨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아기 앞에서 무언극을 한다. 아이는 긴 터널을 지나 젖가슴을 드러낸 여자에게로 다가간다. 내러티브는 물론 어떠한 흐름도 찾기 힘든 이 전위적 영상예술은 필립 가렐이 작가와 배우, 모델로 구성된 예술 집단 잔지바르 시절에 연출했다. 형식상 여러모로 비전형적이지만 행위예술같이 기묘한 시퀀스들에 집중을 놓기 힘들었다.


5)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 리처드 링클레이터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때로 나오는 인물들과 정신없이 쏟아지는 대화들, 시끌벅적한 미국식 파티 문화에서도 괜스레 낭만을 느끼는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청춘을 다뤄서다. 달콤한 쾌락으로 아픔을 지우고 울다가도 미친 듯 웃어 재끼는 그런 시절. 포그햇의 ‘Slow ride’, 테드 뉴전트의 ‘Stranglehold’, 지지탑의 ‘Tush’ 등 멋들어진 로큰롤이 가득하고 벤 애플렉, 밀라 요보비치, 매튜 매커너히의 젊은 모습도 반갑다. 극장 문을 나서며 내가 삼십 대가 되었고 약동과 생동으로 가득한 시기에서 벗어났음도 느꼈다.


6) 출발(1967) /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청춘의 빠꾸 없는 직진이 자동차 경주의 역동성과 맞물려 리드미컬하다. 영원히 청년으로 남을 것 같은 장 피에르 레오가 연기한 마르크는 레이싱 출전이라는 목표 하나로 정신없이 움직이고 젊은 여인의 사랑과 늙은 여자의 구애도 그 집착 앞에서 뒷순위로 밀려 버린다. 2세대 폴란드 뉴웨이브를 이끈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경쾌한 연출과 동향의 음악가 크쥐시토프 코마다의 경쾌한 재즈 선율, 벨기에 출신 윌리 큐랜트의 감각적인 촬영으로 독특한 누벨바그 풍 영화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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