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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Aug 30. 2022

모네와 김환기를 한 곳에서! 상상해 보셨나요?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 다녀오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 다녀왔다. 8시쯤 일어났는데 피곤해서 포기할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란 마음으로 얼른 씻고 밖을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한 건 9시쯤. 내 앞에 백 명 좀 안 되는 사람이 있어서 ‘생각보다 줄이 짧네’ 했는데 내 뒤로 금방 인산인해를 이뤘다. 9시 40분부터 현장 예매를 시작했고 난 11시 타임을 예약했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전시회 이름처럼 고 이건희 회장의 방대한 컬렉션의 일부분을 들여다본다. 현대미술이 주를 이뤘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전>과 달리 삼국시대 불상부터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시공간이 드넓다.


이중섭 <춤추는 가족> & 백영수 <모자>
이중섭 <황소> & 장욱진 <가족>


백영수의 <모자>가 시선을 붙잡았다. 아이와 어머니가 거의 한 몸처럼 붙어있는 형상이 모성애를 드러내지만, 표현이 적은 이목구비와 청동빛 톤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낀다. 이중섭 <춤추는 가족>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 개인사로 슬픔을 자아내고 장욱진의 조그마한 그림 <가족>은 달과 별, 강아지로 그들만의 소우주를 구성한다.


방혜자 <하늘과 땅> & 김환기 <산울림>


김환기의 <산울림>을 넋 잃고 바라본다. 푸른 별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그림은 볼수록 신비롭다. 얼핏 휘트니 미술관에서 본 재스퍼 존스의 <타깃>이 떠오르는 방혜자의 <하늘과 땅>은 빛을 내뿜는 태양과 심연이 연상되는 가장자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삼라만상을 구현한다. 원색의 물감이 어지러이 엉겨 붙은 김흥수의 <작품>에선 뜬금없게도 어느 행성의 표면이 연상되었다.


장승업 <웅혼하게 바라보다> 영화 <취화선>의 바로 그 인물이다.
작가미상 <해학반도도 병풍>과 김규진 <난초, 대나무와 바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도 많았다. 매(제왕) 토끼(소인배)를 한 폭에 담은 장승업의 <웅혼하게 바라보다>와 청록빛 대나뭇잎이 영롱한 김규진 <난초, 대나무와 바위> 같은 회화뿐만 아니라 뱃놀이와 숲의 정경을 펼쳐 놓은 <백자 청화 산수 무늬 병>과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고려시대 <범종>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만났다. 작가 미상의 <해학반도도 병풍> 속 탐스러운 복숭아를 보며 ‘올여름엔 최애 과일 백도를 얼마 못 먹었지’ 탄식했다.


최종태 <생각하는 여인>과 고려시대 <범종>

많은 이들이 만선을 목표로 살 것이다. 어부에겐 물고기가 될 수 있겠고 누군가는 부와 명예로 추구할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인생이란 배를 가득 채울 것인가? 라고 자문해본다. 답을 얻진 못했지만, 꼭 남들과 비슷할 필욘 없겠다고 생각했다. 천경자의 <만선>.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옆에서 누군가 “이건희도 모네 그림은 비싸서인지 한 점밖에 없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건희가 모네 작품을 몇 개 보유했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특히 인기 좋은 인상주의 화가를 대여가 아닌 소장 개념으로 만나는 건 진귀하다.


박노수 <산정도> & 김흥수 <작품>

경영인이 아닌 수집가 이건희에게 주목해본다. 엄청난 재력 덕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컬렉션과 수집품의 이해도는 문화 예술에 대한 혜안을 드러낸다. 정선과 김환기, 모네가 공존하는 전시회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앞으로 그의 수집품이 꾸려갈 다양한 테마의 전시회,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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