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남부에서 펼쳐지는 50년 역사의 락 페스티벌에 다녀오다
핑크팝 2022에 다녀왔다. 네덜란드 Landgraaf 라는 도시에서 매년 펼쳐지는 이 락 페스티벌은 역사가 무려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매년 열리는 락페 중에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었단다. 암스테르담교환 학기 시절 '나중에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걸이제야 이뤘다. 펄 잼, 메탈리카, 나일 로저스 등 멋진 공연을 얘기하기 전 페스티벌 관련한 간단 후기를 남겨 본다.
핑크팝의 도시 Landgraaf 역에서 축제 장소인 Megaland까진 걸어서 약 30분이 소요되었다. 셔틀버스도 있었는데 중간마다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이들을 위한 Camping Sites에 들르느라 걸리는 시간은 큰 차이 없었다. 첫 번째 날 이후로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이동했다.
Megaland 의 300m 반경으로 들어서면 행렬처럼 줄지어 선 사람들이 보인다. 일직선이 아닌 자유로운 줄이지만 행선지가 같다는 점에서 유대감을 느낀다. 좀 더 싼값에 미리 배를 채우기 위한 핫도그 가게와 빵빵한 음악으로 관객들을 미리 들뜨게 하는 술집도 보인다.
1시쯤 도착한 첫날은 통제를 위해서인지 입장 전 대기가 있었다. ‘자 문을 엽니다’ 하면 코뿔소처럼 우르르 돌진할 것 같은 사람들. 입장 게이트 옆 간이 부스의 디제이는 건즈 앤 로지스의 ‘Sweet child o’mine’과 로스 델 리오의 ‘Macarena’로 흥을 돋웠다.
우선 돈부터 바꾸자. 먹고 마셔야 하지 않겠는가. 핑크팝에선 현금/카드 대신 Munten이란 화폐를 사용하는데, 5토큰 당 16유로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에 120유로를 구매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축제가 마찬가지겠지만 물가가 비싸다 보니 생각보다 뭉텅뭉텅 없어진다. (그래서 이름이 Munten...?) 그렇다고 아껴 쓰긴 말자, 즐기러 간 축제에서까지 너무 아껴 쓰면 마음이 비루해진다. 남은 토큰은 구매처에서 환불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 것!
다양한 메뉴가 준비된 덕일까? 음식/음료 줄의 길이는 서로 비슷했다. 다양한 메뉴가 준비된 덕일까? 맥주 줄이 짧은 반면 간판 메뉴 김치말이 국수는 금세 완판되었던 펜타포트와 달랐다. 2019년 유에스오픈 때 아사이베리 볼에 푹 빠졌는데 이번 핑크팝에서의 가장 사랑한 메뉴는 수박이었다. 당도 높은 녀석이 갈증을 단숨에 날려버렸고 가성비도 훌륭했다. 김밥과 비빔밥을 파는 반가운 한식 코너에서 양이 무척 많은 비빔밥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피자, 햄버거의 퀄리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장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쪽에는 역대 헤드라이너들이 그려진 현수막으로 페스티벌의 역사를 드높였다. 정사각형 나무 박스를 아슬아슬하게 쌓아놓은 목조탑(?)은 미팅 포인트 구실을 했고 여기저기 설치된 대형 텐트가 지친 관객에 그늘을 마련해줬다. 씻고 마실 물을 얻기 위한 줄은 길었지만 한번 구매하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텀블러 같은 아이디어가 빛났다.
6월이다보니 기본적으로 더운 편이지만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첫날과 둘째 날은 꽤 더웠지만, 이매진 드래곤스가 헤드라이너였던 마지막 날은 무척 쌀쌀해서 바람막이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호텔 주인장은 외려 첫째, 둘째 날이 이상기후였고 마지막 날 같은 날씨가 흔하다고 말했다. 몸이 가벼울수록 좋지만 기후 변화를 대비해 두께감 좀 있는 바람막이 혹은 후드티 정도는 준비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페스티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머천다이즈. 고유 마크가 들어간 다양한 상품이 소비욕을 자극한다. 핑크팝 하면 모자로 유명한데 도통 모자를 안 쓰는 편이라 대신 공식 티셔츠와 힙 색을 샀고 그 힙 색은 올해 펜타포트에서도 잘 매고 다녔다. 마지막 날에 추가로 펄 잼 티셔츠도 한 장 구매했다.
핑크팝 관련 이야기는 생각나는 대로 더 많이 해야겠다. 핑크팝이 글래스톤베리처럼 유명한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정보들이 너무 적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 글을 보고 핑크팝에 대해 막연함이 조금이나마 걷힌다면 보람찰 것 같다. 공연 자체에 관한 후기도 차츰 써볼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