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공중부양> 앵콜 콘서트에 다녀오다
록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장기하의 <공중부양> 앙코르 콘서트가 9월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었던 공연의 후속편인 두 번째 <공중부양>은 전석 매진으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더줌아트센터에서 뮤지션과 관객은 함께 호흡했다.
2018년 말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공연을 뒤로 하고 홀로서기한 장기하는 오디오북 채널 운영과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출간하며 다방면의 관심사를쳤드러냈다. 그리고 올해 2월 신보 <공중부양>으로 또다시 놀라움을 안겼다. '장얼' 디스코그래피에서도 몇 차례 변곡점이 있었으나 <공중부양>의 미니멀한 사운드는 밴드 시절과는 분명 달랐다.
밴드의 하모니를 이디오테이프의 디제이 겸 프로듀서 디그루의 사운드가, 멤버의 자리를 안무가 윤대란이 채웠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윤대란은 장기하의 분신 혹은 얼터 에고를 연기했다. 각 트랙을 이미지화한 두 사람의 몸동작에 웃음과 놀람, 탄식 등 다양한 리액션이 터져 나왔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래 그래'는 무대 위를 휘젓는 질주로 역동성이 극에 달했다.
<공중부양> 콘서트는 앨범의 특성을 반영함은 물론 아티스트의 방향성을 암시한다. 품 넓은 수트와 전위적이면서도 유쾌한 동작은 토킹 헤즈의 데이비드 번을 연상하게 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시절에도 독특한 안무를 선보였지만, 이번 콘서트는 행위 예술에 가깝다. 공연 중간 늘어놓은 자조 섞인 농담은 연극과 스탠딩 코미디를 결합했고 관객과 도수 체조 같은 동작을 함께 하며 인터랙티브 아트적 특징도 더했다.
변화 속에서도 장기하의 고유성은 여전했다. 랩과 가창의 중간지대에 있는 읊조림으로 한국어의 맛을 살리고 일상의 비밀을 끄집어낸다. 화제의 곡 '부럽지가 않어'와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의 한 대목은 산울림의 노랫말처럼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었다.' 결국 그는 여러 가지 더께 속에서도 '자기답고 싶은' 인물이고 새로운 영역의 도전으로 꽉 찬 70여 분은 그 어느 때보다 장기하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