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서울 공연에 다녀오다.
배철수는 종종 ‘송골매가 1980년대에 참 인기 많았다’라며 전성기를 회고했다. ‘송골매 세대’는 아니지만, 언더그라운드의 군주 들국화나 실험적 음악의 산울림에 비해 미디어 친화적이었다. 그리고 2022년 9월 12일에 다녀온 <2022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을 통해 전설을 목도했다. 배철수가 대변하는 한국적이며 토속적인 록 음악에 구창모의 세련된 보컬과 멜로디 감각이 ‘송골매가 왜 그토록 인기를 구가했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남녀노소 친숙한 송골매의 히트곡들에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같은 배철수의 솔로 곡과 KBS에서 방영한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1위를 차지한 구창모의 ‘희나리’,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두 멤버의 뿌리인 활주로의 ‘탈춤’과 블랙 테트라의 ‘구름과 나’까지 경력을 총망라한 셋 리스트로 2시간 40여 분을 채웠다. 칠십 세를 웃도는 나이를 고려했을 때 체력적으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여라’로 도입부에 임팩트를 주고, 스크린에 가사를 띄운 버전으로 다시 한번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선곡해 수미쌍관을 완성했다. 감정에 북받친 채 마지막 곡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부른 구창모의 불안정한 음정까지 아름다웠다. 김정선(기타), 오승동(드럼), 이봉환(키보드) 전성기 라인업 부재의 아쉬움을 국가대표 세션 베이시스트이자 송골매 정규 7~9집 멤버였던 이태윤을 비롯한 베테랑 뮤지션들이 채웠다.
영화 <빽 투더 퓨처>처럼 현재와 과거가 접속하는 인트로 영상과 고고장과 빵집, 음악 다방 같은 애상의 장소를 담은 영상이 노스탤지아를 소환했다. 두 멤버가 선 무대 중앙은 송골매가 날아오르듯이 공중 부양해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송골매의 역사를 되짚는 멘트들도 옛이야기 듣듯 흥미로웠다.
옆 사람한테 좀 미안하긴 했다. 플라스틱 의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은 KSPO DOME 1층인 터라 딱 봐도 부모님과 같이 온 청년들과 옷깃이 스칠 정도로 가까웠다. 송골매 음악의 진수 ‘세상모르고 살았노라’와 3집 히트곡 ‘처음본순간’같은 곡들에서 너무 흔들어대다 보니 옆에서 ‘저 녀석 뭐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대한 현장을 즐기자는 지론이지만 록페와 온 가족이 모인 좌석 콘서트는 구분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후반부에 다 같이 일어나서 즐겼고 초기 로큰롤풍의 ‘내 마음의 꽃/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 때는 나 홀로 댄스 타임을 가졌다.
‘정말 많이 준비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배철수, 구창모는 그들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골수팬들과 전설이 궁금했던 젊은이들을 위해 열정과 연륜을 쏟아냈고 추억을 환기함과 동시에 송골매의 음악의 현재성을 이룩했다. 아, 물론 바다 건너 로스엔젤레스, 뉴욕 등 미국 공연까지 예정된 ‘송골매 페어웰 투어’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