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아듀 2022 송년음악회>
집 앞에 커다란 문화센터가 있다는건 축복이다. 항상 홈페이지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산책을 하다 대형 포스터를 보고 ‘곧 이런 공연을 하는구나’ 알게 된다. 시간만 맞으면 얼른 예약해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외출 부담도 적다. 덕분에 따스한 한 해의 마무리를 하게 된 <Adieu 2022 송년음악회>가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가족 단위 관객이 삼삼오오 모여 공연을 즐겼다.
한때 카카오 프로필 뮤직이었던 미하일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힘차게 문을 열었다. 열정적이고도 섬세한 정한결의 지휘 아래 강동아트센터 상주 음악 단체기도 한 디토 오케스트라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스크 착용의 악조건에서도 조화로운 연주를 들려줬다.
<슈퍼밴드2> 우승을 차지한 크랙실버 소속의 오은철은 오디션 프로에서 들려준 화끈한 글램 록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청춘만화 주인공처럼 연미복을 차려입은 ‘Love Letter’의 섬세한 숨결과 ‘Canon Fantasy’로 마법 같은 환상을 그려냈다. 편곡 능력이 빛나는 무대였다.
지난 3월 <박주원x박규희 Two Guitars> 콘서트에서 보았던 대니 구는 여전히 쾌활했다. 이번 공연에서 엠씨와 퍼포머로 맹활약한 그는 CBS의 클래시컬 뮤직 프로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시그널이었던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Liebesfreud)’을 연주했다. 기교와 관객과의 소통이 두루 탁월했다. 앙코르로 들려준 비토리오 몬티의 ‘차르다시(Csardas)’도 바이올린 몸체를 십분 활용하며 악기의 매력을 뿜어냈다.
오늘의 발견. 가곡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유럽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임선혜는 탄탄한 기량은 물론 손짓과 눈빛으로 관중을 매혹했다. 가창도 연기의 일종인 만큼 높은 점수를 주고픈 감정 표현이었다. 이탈리아 작곡가 루이지 아르디티의 ‘입맞춤(Il Bacio)’를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불렀다.
김현수와 임선혜는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온의 버전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 <Quest For Camelot>의 삽입곡 ‘The Prayer’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뒤이어 레너드 번스타인 불멸의 고전 ‘Tonight’이 감동을 증폭했다. 앙코르 <오페라의 유령>의 ‘All I ask of you’로 성원에 화답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선율.
캐주얼한 레퍼토리와 스타 음악가들이 클래시컬 뮤직의 거리감을 좁혔다. 관객과의 소통도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도 사연이 있는 곡들이 많이 연주되어 뜻깊었고 운 좋게 좋은 자리를 얻어 연주자들의 표정과 호흡까지 느낄 수 있었다. 디토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앞으로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집 앞’ 문화 센터의 소중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