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를 꼭 닮은 그의 아들과 함께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쓰는 건 요즘 나에게 하루 중 가장 힐링하는 시간인 것 같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있는 이 시간에 글을 쓰니 온전히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나의 남편과의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날 밤은 경우 없는 행동을 한 남편에게 치가 떨릴 정도의 분노가 올라오더니 나의 손끝부터 모든 몸이 부들부들 떨렸었다.
그리고 자세하게 언급은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날 나는 남편과 치고받고 싸웠다.
엄마는 온전히 그 날것을 다 봤었고, 우리 관계에 대해 알리가 없는 엄마는 단순히 중재를 해주고자 했는데 딸이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했더란다.
며칠 뒤 날 엄마를 데리고 나가 그간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했었다.
엄마는 그제야 이 모든 게 이해가 된다고 하셨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젠 알겠다고 하셨다. 그 말이 나에겐 많이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남편이 정말 싫었다. 어차피 그는 자기가 일하는 곳으로 다시 가야 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다음날 그에게 점심 전에 집에서 떠나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와 더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나가라고 하니 또 욱하는 성질머리를 못 참고는
내 아이에게 강한 어조와 과격한 행동과 함께
| 남편 :
"아빠 이제 간다. 이제 아빠 볼일 없을 거야. 잘 지내."
라고 말하였고
그 말을 들은 내 아이는 아빠가 영영 떠날까 엉엉 울었다.
그 모습에 또다시 단전 깊이 화가 올라왔던 나는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화장실로 그를 불러내 한 번 더 크게 싸웠다. 그날 그는 나를 밀쳤고, 나도 그를 때렸다. 정말 막장이었다.
그는 방으로 돌아와 짐을 챙겼으며, 엄마는 아이를 1층에 두고 올라와 방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를 말리러 올라왔다. 내 앞에서 나를 저지하면서 말리는 엄마를 가운데 두고 그 인간은 나를 침대 뒤로 밀어 버렸고 결국 엄마와 나는 둘 다 침대로 쓰러졌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용서가 안되었었다.
그대로 그가 보는 앞에서 시댁에 전화를 걸었고 시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다.
| 시아버지 :
"여보세요"
| 며느리 :
"아버님 저예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저희 엄마가 지금 외국까지 오셔서 저희를 도와주시고 계시는데, (남편 이름)이 지금 저희 엄마 앞에서 인간이하의 행동을 하고 있네요. 저는 저 사람이랑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저 사람이랑 이혼할게요 그 말씀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그런데 지금 아버님이 아시다시피, 저 사람 지금 일도 안 하고 있고 한 푼도 못 없고, 제 돈으로 다 생활하고 있잖아요."
당장 이혼을 한들 내 남편에게 고정적인 수입이 없었기에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을 상황이 안되었다. 남편에게 들어오는 수입은 본인 아버지 말고는 없었기에 난 그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저 아이 키워야 돼요. 근데 저도 안정된 일자리 구할 때 까지는 여유 없어요. 그러니 아버님이랑 저 아드님이랑 잘 이야기하셔서 저희 아이 키우는데 들어가는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해결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데 전화가 또 일방적으로 뚝 끊겼다
돈 이야기는 그 시아버지에게 아킬레스건 같은 부분이다.
안 그래도 탐탁지않게 여겼던 며느리가 이혼 이야기를 스스로 하고 거기다 자기가 젤 아까워하는 돈 이야기까지 해서 그런 걸까? 아님 며느리의 경우 없는 행동이 그를 화가 나게 해서였을까? 아님 이제 내 아들이랑 이혼하면 남이겠거니 돈은 무슨 이런 생각을 해서였을까?
그는 단 한 번도 나에게
"무슨 일이 있니. 나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해봐. 한번 이야기라도 들어보자"라는 말도 없이
내가 말하는데 "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남편이 나와 엄마와 내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고 나간 뒤, 그 시아버지가 또 한 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또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받을 때까지. 내 말이 아직 안 끝났으니 전화 끊지 마라고.
시아버지가 전화를 다시 받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아픈 척을 하기 시작했다.
| 며느리 :
"여보세요. 아버님. 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으세요?"
| 시아버지 :
"으..... 으..... 아...... 아..... 으......"
시아버지가 스피커폰을 켜놓고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 놓고 이상한 앓는 소리를 내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들을 생각도 않고
| 시아버지 :
"으.... 으.... 아..... 아..... 아이고.... 아우 죽겠다.... 으..." 소리만 냈다.
| 며느리 :
"아버님. 말씀을 좀 해보세요. 그렇게 행동하시지 마시고요. 진짜 아프시면 제가 119를 불러드리던지 할게요."
| 시아버지 :
" 으... 아.... 으......"
| 며느리 :
"아버님 그렇게 하시는 건 옳은 행동이 아니시라는 거 아시잖아요. 지금 아버님 아들로 인해 저희가 어떤 상황이 왔는지 한 번은 말을 들어보셔야 되는 건 아니에요? 왜 그렇게 행동을 하세요? 제 옆에 저희 엄마도 계시고 하니 엄마를 바꿔드릴 테니 한번 통화를 해보세요"
| 엄마 :
" 여보세요 사돈, 저 (내 이름) 엄마입니다"
| 시아버지 :
" 으..... 으..... 아..... 아... 아..... 으......."
(여전히 스피커폰을 켜 둔 채 핸드폰은 저 멀리 던져놓은 게 느껴졌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안하무인으로 배 째라 하는 시아버지가 정말 싫었다. 심지어 엄마와 전화를 바꿔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런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그가 용서가 안되었었다.
내 마음속에서는 절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저 사람이 아파서 저러는 걸까?라는 멍청한 생각도 한편으론 했었다.
| 며느리 :
" 아버님 그렇게 아프실 정도로 통화가 어려우시면, 제가 지금 구급차 불러드릴게요. 제가 불러야 되는 상황이죠? 옆에 어머님 있으면 바꿔줘 보세요. "
| 시아버지 :
" (계속) 아..... 으..... 아......... 으....."
| 며느리 :
"어머님도 안 계시고 지금 아버님 혼자 아프셔서 쓰러지셔서 대화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면 제가 구급대원 불러드릴 테니 병원 가세요."
그리고 난 정말로 한국 119에 전화했다.
(지금 생각하면 구급대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많은 일들을 하시는 분들인데 이런 일로 연락을 드려서)
| 며느리 :
"안녕하세요. 저희 시아버지께서 종로구 00 동에 00 빌라에 사시는데, 혼자 계시는지 통화를 했는데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고 으... 으.. 이렇게만 하세요. 저는 며느리고요, 전립선 암이 있다고 하셨었는데 혹시나 집안에서 쓰러지신 건 아니신지 걱정이 되어서 연락드렸어요. 저는 해외 거주 중이라 지금 찾아갈 수가 없어서요. 정말 죄송하지만 한번 괜찮으신지 저희 시아버지 댁에 방문하셔서 쓰러지신 건 아닌지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 구급대원 :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 30분 뒤에 다시 한번 연락 주십시오."
|며느리 :
"네 알겠습니다. "
그리고 30분 뒤 연락을 다시 해봤다.
구급대원들이 집에 방문 전에 시아버지 번호로 연락을 먼저 드렸는데 시아버지가 자기는 괜찮다며, 아무렇지도 않고 아무 일도 없다며 방문도 안 해도 된다고 하시면서 전화를 끊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방문은 안 하셨다고 하셨다.
나는 구급대원들께 확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여러 번 말씀드리고 다시 시아버지께 전화를 한 번 해봤다.
그는 전화를 이젠 일부러 안 받았다.
나도 그 시아버지와 전화 통화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할 가치도 없었다. 그런데 그의 행동에 너무 괘씸해서 그날 나는 밤새도록 그의 전화기에 그의 집 전화기에 미친 듯이 전화를 돌렸다. 내가 그때 당시 할 수 있는 가장 반항적인 행동이었다.
그가 전화를 꺼놓으면, 또 얼마 있다 전화하고, 핸드폰 꺼놓으면 집전화로 전화하고 내가 외국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전화 거는 거 말고는 없었기에 노이로제가 걸릴 때까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담날 남편을 다시 오라고 했다.
남편이 집으로 왔다.
난 남편이 한 짓, 그 시아버지의 행동들이 다 참을 수가 없었다. 외국에서 산다는 이유로 나는 그들의 일방적인 행동들을 다 감내했었다. 너무 많이 억울해했었다. 울분이 올라올 때마다 혼자 울분을 삼켰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 시아버지도 모자라 그의 아들까지 합세해서 나의 소중한 엄마를 건들고 내 아이를 건들기 시작하니 나는 이미 돌아버릴 만큼 돌아 있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 와이프 :
" 담주에 한국 갈 거야. 짐 싸. 너도 예외는 없어.
우린 다 당장 한국으로 갈 거야. 네가 싼똥 네가
치워야지. 가서 너희 부모님이랑 나랑 삼자대면을 하던
사자 대면을 하던 얼굴 보고 해결해야겠어. 더 이상은
난 못 참아"
그리고 2022년 1월 우린 모든 걸 다 여기 둔 채로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 도착하니 나를 위한 빅 엿들이 종합 상자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왜 이제야 왔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외국에 있었다는 이유로 간과하고 있었던 내가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