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은 곧
개전開戰이다

"자식에게 식당이라도 차려주면, 제 앞가림은 하고 살 줄 알았는데..."

by 이든 Ethan 그리고

70대인 A 씨 부부는 먹고살 만한 집안이었다.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가파른 경제 성장기를 살아온 그들은 서울 마포의 아파트와 일산의 상가주택을 포함해 약 20억 원대의 자산을 일구었다. 당시를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 부모 세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 공부까지 뒷바라지한, 서른 중반의 아들에게 2년 전 식당을 차려주면서부터 이들의 노후 준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석사학위를 취득한 큰아들은 첫 직장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몇 군데 이력서를 더 넣어보고는 이내 취업을 포기했다. ‘자산을 가진 부모’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포기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아들은 최신 유행 아이템이라며 ‘숙성 쇠고기’를 팔아보겠다고 했다. A 씨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허드렛일을 거들면서라도, 식당 일을 배워보겠다는 아들의 열정에 감복했다. 그간 공부에 들인 수고가 아깝긴 했지만, 번듯한 직장생활만이 삶의 방법은 아니라는 아들의 의지를 단칼에 잘라내기는 어려웠다.


결국 A 씨는 보유하고 있던 일산의 상가주택 임대 기간이 종료되자, 임차인을 내보내고 아들에게 가게를 내주었다. 남의 점포에 월세를 주며 하느니, 가지고 있는 점포에 가게를 내면 월세라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부채를 안겨주기 싫은 마음에 식당 시설도 가게를 담보로 잡아 2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는 아니었지만, 친인척들과 지인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주었다. 영업을 개시하고 일주일쯤 지나자, 포털사이트 블로그 홍보를 대행해주는 업체 담당자가 찾아와 제안서를 내밀었다. 비용도 비싸지 않았고, 요즘 홍보는 블로그가 대세라는 말에도 수긍이 되었기에 한 달에 50만 원씩 6개월간 계약을 했다.


하지만 개업 후 만으로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이상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숙성 쇠고기는 기본적으로 숙성고에서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 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 상품화가 되는데, 오픈 초기에 물량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하여 결국 판매할 상품이 부족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울러 단순히 숙성 가공 이전의 생육 원물의 물량으로 수지 계산을 한 것이 문제로 불거졌다. 숙성이 완료된 고기는 가공 과정에서 20%가량을 버리게 된다. 쉽게 말해 원가가 20% 비싸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pexels-mikhail-nilov-6964127.jpg

직원 관리도 큰 문제였다. 노무사를 통해 주휴일 등 근로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할 조건들은 꼼꼼히 짚어서 작성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근무 시간 중 2시간의 휴게시간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때에 따라 휴게시간을 들쭉날쭉하게 적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결국 직원 하나가 그만두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얼마간의 금전을 보상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개점 후 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매장을 찾은 고객 중 몇 팀은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움을 강하게 표현했고,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악성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A 씨의 아들이 카페 운영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서 해당 게시물을 내려 보려고 시도했지만, 운영자는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결국 A 씨의 아들은 개점 3개월 만에 A 씨 부부에게 “가게를 더 이상 운영하기 싫어졌다”라고 통보하고는 구직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A 씨 부부는 아들이 벌인 식당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은퇴 후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노부부가 식당 운영에 발이 메인 것도 모자라, 매월 380만 원의 임대료 수입을 담보하던 알짜 점포가 이제는 매월 100여만 원가량의 이자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골칫덩이가 되어버렸다. 당장 1년간의 대출 거치기간이 종료되면, 원금과 함께 상환해야 하기에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A 씨의 사례는 몇 가지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케이스다. 하지만 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반복해서 되풀이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개업은 곧 개전이다. 일면식도 없는 손님을 상대로 매출을 일으키는 것, 그 치열함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상태에서 창업을 하는 것은 ‘질 것이 뻔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A 씨의 사례는 장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치열한 싸움을 이겨 낼 마음가짐은 되어 있는지, 내 사업에 대한 준비는 철저하게 되어 있는지, 그리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퇴로는 있는지 꼼꼼하게 챙겨보아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준비다.



이든 Ethan; 천영식

브랜드기획자_창업컨설턴트


1. 「2021 창업 트렌드;언택트 창업 - 생존의 법칙이 바뀐다」 도서출판 책들의 정원, 2020

- 「2021 Restaurant Startup Trend」 Book Publishing by "Garden of Books", 2020


2. 「나는 회사 그만두고 내 가게로 출근한다」 도서출판 책들의 정원, 2019

- 「I Quit My Office Job To Start A Business」 Book Publishing by "Garden of Books", 201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