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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Oct 25. 2023

방송작가의 동유럽 패키지, 아니 효도여행기 7

로베니아의 산세는 오스트리아와 또 다르다. 좀 더 박력 있어 보인다. 갑자기 드는 생각. 내가 슬로베니아를 오다니.. 오늘은 이 나라 휴양지인 블레드다. 유고슬라비아였던 시절, 티토 대통령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호수 옆 산꼭대기성에 오른다.  한 바퀴 천천히 돌면 40분 정도다. 유명하다는 케이크를 먹으며  시원한 호수 바람을 맞는다. 오늘도 불러주는 사람들이 많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고 기념품 사는 것도 돕는다. 덕분에 예쁨도  받는다. 맥주 한 잔도 얻어 마시고, 맛난 달달이도 쥐어준다. 심지어 엄마도 챙겨준다. 첫 번째 패키지여행은 서유럽이었다. 그땐 사람들과 말도 거의 섞지 않았었다. 유연해진 건지, 능물스러워진 건지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나룻배를 타고 블레드섬으로 들어간다. 신랑이 신부를 안고 올라간다는 99 계단을 엄마 손 잡고 올라간다.  소원을 비는 종 치는데만 13유로다. 코로나 이전에는 3유로였다던 데... 엄마가 은근히 치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모른 척하고 오솔길을 걷는다. 오랜만에 밟는 흙길이 좋다. 걷고 나서 곡물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패키지는 늘 시 외곽 호텔에 묵는다. 밤 시내를 걷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난다. 그런데 오늘 숙소는 주변에 상점들이 좀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슬리퍼를 신고  슬슬 산책에 나선다. 공기도 좋고, 어둑한 거리도 좋다. 사람들이 꽤 있다. 심지어 군밤도 판다. 엄마가 말한다. 이렇게 걸으니 좋네.  

아침, 슬로베니아의 수도라는 류블랴나에 도착한다.  다리 3개가 이어진 트리플 다리도 멋졌지만 시인 프레셰렌의 동상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새겨진 평생 짝사랑했던 여인 율리아의 부조 앞에서 한참 서있었다.

자유시간도 짧았지만, 슬로베니아에 대해서 많이 모르고 왔다는 미안함이 든다. 유고슬라비아  시절, 아는 인물이라곤 티토와 에밀 쿠스트리차뿐이니...
그냥 점만 찍고 슬로베니아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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