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싸움이 벌어진 줄 알았다. 복도에서 들리는 큰 소리들. 결국 잠에서 깨어 문을 열어보니 중국인들이 객실문을 활짝 열어두고 웃고 떠들고 난리법석이다.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더니 거기 또한 난리다. 체크 아웃을 하면서 컴플레인을 한다.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네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객실 컨디션은 꽤 좋았는데.. 완벽한 건 없다.
잘츠부르크의 아침 공기는 기분 좋게 서늘하다. 구시가지 상점들 간판까지 어찌나 멋스러운지 눈 돌아간다. 상점들은 이미 크리스마스다. 모차르트 생가는 겉만 보고 가이드 설명 듣는 것만으로 패스. 바로 성으로 올라간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자니 그동안 보았던 중세 배경 영화들, 심지어 왕좌의 게임까지 떠오른다. 저 멀리 알프스 산맥 끝자락이 보인다. 트래킹 코스가 끝내준다는데 가볼 수 있을까.
규리를 맡겨둔 시터에게 문자가 온다. 규리도 안 보이고 목소리도 안 들린다고. 마음이 덜컥한다.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갔으니 걱정 말라한다. 딸냥이 받았을 상처에 속상함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쇼핑 말고 그다지 큰 할 일이 없던 할슈타트에서 4시간의 자유시간을 주더니, 볼 게 많은 여기선 45분이다. 성에서 내려오자마자 천상 모후의 관을 쓴 성모님을 보고, 구시가지에서 눈요기를 하고, 광장에서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외치는 남자를 만나고, 300년 된 카페 겉만 구경하니 시간이 다 됐다. 심지어 기념품 하나 살 시간조차 없다. 천천히 음미하기란 패키지여행에선 없다. 폐 끼치지 않아야 한대서 패키지여행이라 하니, 내가 꾸물거리면 모두에게 민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