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계절이 있네요

슬픔의 계절

by 딸그림아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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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and After the Love Comes Here


딸의 아픔의 증상도 서서히 약으로 잘 컨트롤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온라인 수업도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딸이 대학을 가겠다고 자신의 계획을 말했을 때는 정말 믿기지 않는 일 같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딸과 함께 새로운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2020년 3월 27일에 저의 어머니이시며 딸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던 할머니께서 하늘나라로 떠나가셨습니다.

딸이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자신이 적은 글을 낭독했습니다.


"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우리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는 훌륭한 가족이었고, 항상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할머니는 내 인생에서 나에게 큰 추억을 주었고, 나는 할머니의 지혜의 말씀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천국에서 멋진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말을 하지 않던 딸이 입을 여는 순간이었습니다.


장례식에는 코로나사태로 인해서 가족들만 모일 수 있었습니다.

표현을 잘 안 하던 딸이었지만 이날은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할머니가 자신을 사랑해 주신 것을 말로 표현을 안 해도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장례식 후에 딸의 예약되었던 상담을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라 아빠입니다.

상담은 다음 주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지난주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어제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신과 Dr.Chan 선생님과 4월 3일 5시 45분에 예약이 되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저도 딸아이도 아내도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상답선생님과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의 예약된 상담은 정상적으로 진행을 시켜야 했지만 조금 미루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때부터 딸의 상담이 APCTC(아시아 태평양 정신 건강상담소)에서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때부터 Zoom을 통해서 상담을 시작했고 지금은 Los Angeles County의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처음으로 대면 상담을 하였습니다.

물론 철저한 위생수칙을 따르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담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장례식 이후에 딸은 공부에도 집중을 잘하지 못했고 많이 우울해 보이는 듯했습니다.

저는 그런 딸을 보면서 딸이 아프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잔소리처럼 공부에 집중해야지만 졸업도 할 수 있고 또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도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딸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는 것이 좋았는데 오히려 딸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는 말을 해서 딸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 스스로 느끼는 장점 중의 한 가지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성격이 아픈 딸에게는 힘들게 느껴질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오늘 하루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딸의 아픈 증상을 깜빡하고 잊어버릴 때가 종 종 있었습니다.

아빠의 진지한 조언이 딸에게는 날카로운 화살이 될 때가 있었습니다.


"딸! 사랑한다!

현지를 사랑하는 아빠 마음은 똑같은데 현지가 힘들어하는 순간마다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아빠를 힘들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같아.

아빠가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

그게 아빠 성격이라서 그래.

우리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자.

내일의 일은 하나님께 맡기고 오늘도 엄마, 아빠, 현지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

아빠도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서 우리 딸의 미래는 하나님께 맡길래.

아빠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현지와 함께 하셔서 꼭 인도해 주실 거야.

딸! 사랑한다!"


딸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딸도 아빠의 마음을 알았는지 다시 자신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오면서 얼마 후에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셨기에 가족모두가 충격이었습니다.

딸과 우리 가정을 위해서 매일같이 기도해 주시던 어머니를 떠나보낸 저의 마음의 슬픔은 쉽사리 가라앉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어머니 살아생전에 제일 잘한 일은 어머니가 심장수술을 하시고 난 후에 10년 동안 매일같이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너무나 불효자였고 어머니께 잘해드린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저를 걱정해 주시며 친구처럼 모든 일에 대해서 의논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분이셨습니다.

딸이 갑자기 아픔을 갖게 되면서도 함께 울어주시고 만날 때마다 위로와 격려의 응원을 해주시고 딸이 잘되기를 기도해 주신 진짜 어머니시며 할머니이셨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날 때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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