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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그림아빠글 Dec 21. 2023

선생님의 말씀이 더 무서웠습니다

Madness Tower Gone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비도 오고

흐릿한 세상 속에 있다 보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나간 일인데

브런치북에도 쓰지 않았는데

마음은 쓰고 싶고 이성은 쓰지 말라고 하지만

마음이 편한 쪽을 택했습니다.


제목 보고 들어왔는데

읽다 보니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는 내용이라면

언제든지 스킵하셔도 됩니다.


딸이 힘들어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딸에게 도움이 필요해서

담당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학업을 정상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아픈 딸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저희 부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선생님의 대답은

딸을 특별하게 도와줄 수 없다는

학교의 입장만을 대변했습니다.


딸을 많이 칭찬해 주셨고

딸을 많이 아껴주셨던 

선생님이셨는데

딸의 아픔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변화였습니다.


딸이 말썽을 부린 것도 아니고

딸이 어떤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딸이 가해자도 아니었기에

선생님께 변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픈 저의 딸이

마음은 참 순수하고

마음이 참 여린 아이라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음이 순수하고

마음이 여린 것이

마음이 착한 거와는 다른 거라고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대꾸하기가 싫어서

그런가요?라고 말했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의도는

딸이 착한 마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픈 딸이 옆에 있어서

와이프가 옆에 있어서

목까지 올라오는 말을

침묵하며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이 마음에 병이 생겨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이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리면

딸은 마음이 착한 아이가 되지 못하는 것인가요?


제가 요즘 들어서

부쩍이나 기억력이 나빠졌는데

가끔씩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것은

잊어버릴 수  없는 말을 들어서 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선생님께서

딸을 걱정해 주시며

딸이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덧붙여하신 말씀이

계단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불안하고 무섭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더 무서웠습니다.


몇 년이 흘렀으니

이제는 굳이

원망하지 않으려고

이렇게 글로 남기면서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글로 남긴다고

글로 기록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선생님도 잘 아시지요?


소문 걱정하지 마시고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순수하고 여린 학생들에게

마음 착한 선생님으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비가 펑펑 쏟아지는데

마음에 쌓였던 울분이 펑펑 터지는 것은

알게 모르게 지나가고 있는

그놈의 갱년기 증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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