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ken Old Memories
와이프가
오늘 날씨가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자꾸 물어보지 말고
본인이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와이프가
저의 위궤양을 방치하지 말고
위내시경을 해서
적절한 치료와 약을 복용하라고 했습니다.
저의 대답은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그만 좀 얘기하라고
좋은 마음을 귀찮은 듯이 대했습니다.
그러자 와이프는
아직도 나쁜 남자 콘셉트냐고
지금 나이가 몇인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너무 웃음이 나와서
내가 나쁜 남자였었어?라고
와이프한테 물어봤습니다.
아직도 몰랐냐고
와이프도 웃으면서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듯이
저를 빤히 쳐다봤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면
만 26년이 되어가는 결혼생활인데
제가 그동안 나쁜 남자였다는 것을
오늘 와이프의 말을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얘기할 때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지나치듯이 들은 기억은 있지만
제가 나쁜 남자였는지는 몰랐습니다.
와이프도
나쁜 남자를 좋아해서
나쁜 남자 같은 저를 만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일까요?
나쁜 남자라는 소리에
기분이 나쁘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
오묘한 감정이 왔다 갔다 합니다.
와이프와
긴 세월을 함께 살 수 있었던
가장 확실한 이유가 정말
제가 나쁜 남자여서 그랬을까요?
한편으론 나쁜 남자여서
지난날이 다행이었구나 싶었지만
더 이상 안 통한다는 와이프말에
이젠 나쁜 남자의 전성시대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와이프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나쁜 남자에서 좋은 남자로의
변신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가장 쉬운 것부터
생각을 해보다가 반짝 떠오른 것이
핸드폰에 있는 와이프의 닉네임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습니다.
핸드폰에 있었던
와이프의 닉네임은 'A'였는데
'이쁜이'라는 닉네임으로
재빠르게 교체했습니다.
와이프에게
닉네임을 '이쁜이'로 고쳤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자
의외로 웃으면서 좋아했습니다.
사실은
요즘 들어서 저도 모르게
와이프를 부를 때
'이쁜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와이프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이쁜이'라는 소리가 싫지 않은 것 같아서
핸드폰의 닉네임으로 바꾸니 더 좋아했습니다.
나쁜 남자에서
좋은 남자로 변신해 간다는 것은
힘들고도 어려운 과정이 되겠지만
급할 때는 '이쁜이'를 부르겠습니다.
긴 세월 동안
나쁜 남자의 전성시대로 살아왔지만
좋은 남자의 전성시대를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한 가지씩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