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계절
When There's a Difficult Knot of Fears
나는 딸의 유급을 막고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딸이 11학년 1학기를 잘 마치고 2학기로 올라가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 간절했던 마음은 4월 24일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변함없이 딸을 아침 일찍 등교시키고 출근해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핸드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전화기를 확인하니 학교에서 오는 전화였습니다.
"사라 아버님! 사라가 이상한 행동을 해서 지금 학교 오피스에 있습니다. 지금 학교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학교 오피스 직원은 딸이 지금 학교 오피스에 있으니 부모님 중에 한 분이 오셔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서 일하고 있던 나는 아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라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학교 오피스로 가보라고 말했습니다.
한참 후에 아이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아이엄마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많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등교시키기 위해서 학교에 내려준 딸이 교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은 딸을 발견한 선생님은 딸이 몇 학년인지 물어보았다고 했습니다. 딸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자기 동생을 찾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조금 이상함을 느낀 선생님은 딸을 학교 심리 상담 선생님께 데리고 갔습니다.
횡설수설하는 딸의 아픔을 감지한 상담선생님은 병원 응급실로 딸을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라를 병원 응급실로 보내야 합니다.
응급차를 불러서 학교에서 보내든가, 아니면 지금 부모님이 직접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자격증이 걸려있는 일에 대해서는 정해진 규칙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상담선생님들은 특별히 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흔히 내뱉는 "죽고 싶다!"라는 말을 상담선생님들이 들으면 무조건 신고를 하거나, 아니면 병원 응급실로 보내야 합니다.
그 순간은 정말 학교 상답선생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분도 그분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딸을 병원 응급실로 보내는 문제는 우리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병원에 연락을 했고 응급차가 왔습니다.
그리고 딸을 USC Medical Center의 응급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서둘러서 일을 마친 나는 멍한 상태였지만 재빠르게 운전해서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아이엄마가 딸과 함께 응급실로 갔었지만 같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기실에서 아이엄마와 함께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간호사가 저희 부부를 불렀고 그때서야 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딸은 환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딸의 모습은 무척 수척해 보였고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때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딸이 수줍어서 평상시에 하지도 않는 말을 병원 응급실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걱정하지 마! 치료받고 금방 집에 갈 거야."
나는 딸을 안아주면서 딸을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응급실에서 간단하게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올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 선생님은 심각하게 저희 부부를 바라보면서 딸을 병원(Mental Hospital)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Los Angeles County에서는 18세 미만의 아이들을 따로 입원시키는 병원들이 있습니다.
18세부터는 어른들과 함께 병원에 입원할 수 있습니다.
힘들 때 더 힘든 일이 온다고, 마침 그때는 아이들이 입원할 병원에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병원 응급실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매일같이 나는 일을 마치고 와이프와 함께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응급실 방에 어떤 날은 한 명과 함께, 어떤 날은 두 명과 함께, 어떤 날은 세명과 함께 딸아이가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갈 때마다 함께 있던 아이들은 퇴원해서 다른 아이들로 바뀌어 있었고 딸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빠!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들어요."
갑갑한 응급실에서 오래 머물러서인지 딸은 이때부터 코가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응급실로 면회를 갔을 때 숨쉬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딸을 보면서 응급실 관계자들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딸이 코가 막히는 증상이 있으니 코가 안 막힐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분들은 나름대로 처방을 해서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코가 막히는 증상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긴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있어서 그곳으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를 시작으로 총 두 번의 응급실과 세 번의 병원(Mental Hospital) 입원이 2018년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