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계절이 있네요

고통의 계절

by 딸그림아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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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sener of Exonerated Grandiloquence


딸과 함께 즐겁게 꿈을 꾸던 날들이 사라졌습니다.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아픔이 딸에게 찾아왔습니다.

아픈 날들을 겪으면서도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자퇴도 안되고 휴학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Counselor(교무주임)가 홈 스쿨링 학교를 권유했습니다.

City of Angeles Independent Studies라는 홈스쿨링 학교를 찾아 주셨습니다.

이번에도 딸을 끈질기게 설득해서 10학년 1학기를 이곳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홈스쿨링 학교는 학생이 한 주에 한 번만 등교하면 되는 곳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딸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만나서 한주간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확인하고, 시험도 보고, 다음 한 주간 공부할 과제들을 받아와서 집에서 공부하면 되는 홈스쿨링학교였습니다.

하지만 딸이 이곳을 다닐 수 있는 기간은 이번 학기뿐이었습니다.

다음 학기부터는 다시 모교(Home School)로 돌아가서 학업을 해야 했기에 당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다음 학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당장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대부분 여섯 과목을 선택해서 수업을 듣습니다.

딸이 홈스쿨링으로 공부한 과목은 딱 한 과목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고 얘기할 수 도 있겠지만 다른 면으로는 한 학기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면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딸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를 할 수 있고 다음 학기부터는 모교로 돌아가서 공부한다고 했기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규정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딸은 다음학기도 10학년 1학기부터 공부를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조금 천천히 간다고 해서 문제 될게 뭐 있겠어? 여긴 미국인데.."나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던지면서 딸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2017년부터 다시 모교(Home School)로 돌아와서 공부하게 된 딸은 예상했던 대로 공부에는 별관심이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이때 딸이 학점을 제대로 받아온 것은 한국어와 체육과목뿐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오래 달리기를 잘하던 딸은 체육과목은 언제나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배운 한국어 덕분에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간신히 유급을 면할 수 있는 성적으로 10학년의 두 학기를 2017년에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딸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서 언젠가는 전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욕심을 버린 지는 오래됐습니다.

단지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 주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학업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딸을 돕기 위해서 11학년 1학기 4월 17일에 교장 선생님께 이메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교장선생님!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들마다 다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지금 사라가 듣고 있는 과목 선생님들께 D학점을 받기에 아직 늦지 않은 과목이 있다면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실 수는 없는지요?

사라가 숙제를 해갔을 때 틀렸으니 다시 해오라는 말씀보다는 해갔다는 성의를 봐주셔서 조금이라도 사라에게 힘을 주실 수는 없는지요?

이런 특별한 아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의 마음은 많이 힘드시겠지요..

그래도 선생님들이 해주실 수 있는 테두리 내에서 베풀어주시는 아주 조그마한 배려가 사라가 다시 일어서는 데에 큰 힘과 격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 부부도 사라가 조금씩이라도 다시 힘내서 과제물들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해 보겠습니다.

Counselor와 선생님들에게 저희 부부의 간절함을 잘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노력에도 끝내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교장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학업을 이어나가게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11학년 1학기를 제대로 마칠 수가 없었습니다.

딸은 자신의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기 위해서 과제물을 학교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딸이 아픈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서 그랬는지 딸에게 매정함을 보였습니다.

특수학교에 가서 딸이 학업을 이어나갈 때에서야 그때를 되돌아보니 두 번째가 맞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선생님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분도 학교의 입장만 설명하시면서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예쁜 장미가 가시를 품고 있듯이 다정해 보이고 인자해 보이던 선생님들이 꼭 예쁜 장미 같았습니다.

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가시에 찔려버리고 마는 고통의 날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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