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밸런스게임 토론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던 중, 구경하고있던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쌤,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목티 어디까지 입어야 돼요?”
"나? 난 이거. 이건 못 생겼잖아. 너무 구린데?"
빵터졌다. 역시 나는 재밌는 선생님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나면 그냥 웃긴 선생님이다.
“근데 따뜻하려고 입는 거면 저렇게 입겠지. 너희는 목티를 입는 이유가 따뜻함이야? 예쁨이야?"
아직 한 발짝 더 나가야한다.
“그러면 이건 목티를 고를때 실용성과 미학 중 어느 가치를 더 중시하느냐의 문제고, 그건 그 사람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를 보여주는 거겠네?”
내가 한 것은 사고 확장을 위한 구조적 개입이라기보다는, 유머와 감각을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운 개념 진입에 가까웠을 것이다. 학생이 던진 가벼운 질문을 인문학적 가치 판단의 화두로 전환한 것이다. 핵심은 그 질문과 대답이 '진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내가 장난으로 받아치고, 그 유머의 연장선에서 사고 지점을 열어준 구조였다.
이런 사례는 학생이 ‘자신의 말도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험하는 순간으로 기능한다. 사고의 강도를 높이지 않고도, 언어의 방향을 전환하는 흐름. 그 자체로 수업에서 사유로의 유의미한 진입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