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다카야마에서 놀기
어느 날 바쁜 둘째 아이가 일본 여행을 제안했다. 1월에 잦은 여행으로 피곤했지만 다시 못 올 기회라서 무조건 가겠다고 했다. 딸들은 둘이서 곧잘 해외여행을 가곤 했지만 나에겐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내가 꿈꾸던 일본 자유여행에다 장소도 나고야라는 낯선 곳이다.
설연휴 기간이라 비행기표가 비싸긴 했지만 4박 5일간의 여행 일정을 짜고 숙소 예약을 하는데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까지 여행과는 뭔가 다를 거 같은 설렘이 마구마구 느껴진다. 모든 여행 진행은 딸아이가 할 것이고 나는 그저 감탄만 하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공항에서 딸아이를 만나서 온갖 수속을 받고 2시간 비행 끝에 나고야 추부공항에 도착한다. 공항 창문으로 비치는 아름다운 노을이 우리의 방문을 환영해 주는 듯하다. JR을 타고 숙소로 이동해서 짐을 놓고 나고야 전통 음식인 장어덮밥(히츠마부시)을 먹으러 간다.
튀김에 가까운 맛있는 장어 구이가 약간 짭짤해서 엄청난 밥과 맥주를 모두 먹어치웠더니 배가 어마어마하게 부르다. 그래도 편의점에 들러 푸딩이랑 과자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둘째 날, 가장 기대하는 곳인 시라카와고로 가는 날이다. 일찍 짐가방을 들고 도시락과 커피를 사서 기차를 탄다. 완행열차이지만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가니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오니기리 도시락과 스벅커피는 익숙한 맛이라 더욱 좋다.
말이 특급열차이지 마을마다 정차를 하는 열차를 2시간 30분 정도 타고 타카야마에 도착했다. 일본의 소도시답게 한적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이곳에서 4시간 동안 유랑을 하고 시라카와고행 버스를 탈 예정이다.
버스센터 코인로커에 가방을 맡기고 가벼운 몸으로 나들이에 나선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아침 시장, 10시쯤부터 피크라더니 가게마다 줄이 서 있다. 유난히 서양인들이 많다. 이곳은 일본의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우리말이 잘 들리지 않아 한국말이 들리면 반갑기까지 하다.
크로와상에 팥이 들어 있는 빵, 당고, 다코야키 등을 먹어주면서 거리를 산책했다. 모든 가게가 줄을 서야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시장을 벗어나 일본식 집이 늘어선 골목들이 이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산 마치 거리에 다다랐다. 에도 시대의 전통 가옥들이 줄지어 있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는데 거리 곳곳에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들이 숨어 있다.
식사를 할 만큼 배가 고프지 않아 일본 최고의 소고기라는 히다 소고기로 만든 초밥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 본다. 너무 양이 작아서 간식거리 정도이지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이제 안주를 먹었으니 양조장으로 간다. 코인과 잔을 구입해서 여러 가지 사케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 이색적인 시스템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에 오니 여기저기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역시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약간 알딸딸해진 상태로 기념품 가게들을 둘러보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경만 했다.
다시 버스센터로 돌아오는 길 빨간 다리로 유명한 나카바시 다리를 지나간다. 주변이 녹색이면 더 돋보이는 다리겠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주변 풍경은 삭막하다. 뭐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무채색은 건물과 꾸미지 않은 정돈된 느낌이 정겹게 느껴진다.
타카야마의 전체적인 느낌은 평화롭고 고풍스러운 고즈넉한 도시 정도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