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이 말을 프사 상태메시지에 써놓고 간절하게 자유를 꿈꾸었다. 1시간 남짓한 출퇴근 거리를 전철로 오가면서 몸이 힘들었고 업무 중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쳐 있을 무렵 간절하게 갖고 싶었던 것이 이 자유였다.
그러다가 그토록 매 순간 꿈꾸던 그 달콤한 자유를 운 좋게도 1년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은 분가해서 내 손길을 떠났고, 개인적인 취미 활동으로 무척 바쁜 남편은 식사든 청소든 집안일에 대해선 전혀 간섭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를 얻은 셈이었다.
그 자유의 나날을 난 어떻게 보냈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속에서 생각한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고, 어떤 것을 하면서 보낼까?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30분 남짓 고민을 하다가 일어난다. 30분 동안 하루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한다. 모든 일을 미리 계획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 것이다. 자유로운 시간마저도 계획적으로 보내야 하는 사람, 그게 나였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나에게 주어진 자유가 달콤하면서도 조금은 버거웠다. 한 조각만 먹으면 충분한 맛있는 케이크를 통째 다 먹어야 하는 것처럼 1년간의 자유는 달콤하고 소중했지만 한편으로는 힘겨웠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매일매일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노는 것도 알차야 한다는 책임감, 먹는 것도 제대로 먹고, 뭔가 기억에 남는 일을 하고, 남보기에게 그럴듯한 날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부여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으니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도 있고, 멍 때리며 종일 거실에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창 넓은 카페에서 햇빛바라기도 할 수 있고,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걸어 다닐 수도 있고, 하루쯤 굶을 수도 있을텐데, 나는 나 자신을 편하게 놓아주지 못했다.
하루에 만보 이상은 걸어야 하고, 책은 한 권 읽어야 하고, 점심은 근사하게 먹어야 하고, 밤에 잠자리에 누웠을 때 ‘오늘도 참 보람 있는 하루였어’라고 되뇔 수 있는 그런 날들을 보내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곶감 빼먹듯이 보낸 1년이 거의 지나갈 즈음 읽던 책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나하고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혼자 있을 때 깃드는 고요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너무 많이 만나지 않고, 너무 많이 말하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해야 할 말들만 한 뒤 다시 혼자로 잘 돌아오는 사람이고 싶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진정한 자유인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누굴 만날 때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 오랜 시간 그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목표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모두가 외치는 세상에서 잠깐 동안은 좀 쉬라고,
어깨에 짐을 내려놓고 자신만 바라보라고.
이제 그만 행복한 척해도 된다고.
이제 그만 씩씩해도 된다고
이제 그만 견뎌도 된다고.
그리고 정말로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