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에밀리아 철학
어린이집, 첫 만남의 설렘과 고민
첫째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갈 때, 나는 여느 부모가 그렇듯 수많은 고민 속에 빠져 있었다. 후보가 될 만한 곳을 꼼꼼히 추리고, 여러 기준을 대입해 하나씩 비교했다. 혼자서도, 아이와 함께 방문도 하며 미래의 어린이집을 둘러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빈 노트에 각 어린이집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내려가고, 어디가 가장 적합한지 고심 끝에 한 곳을 선택했다.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였지만, 아이는 천천히 첫 사회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원하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는 나름 순탄한 출발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빈번했고, 외부 강사가 들어와 3세반 아이들에게 특별활동을 진행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보육이 주가 되어야 할 시기인데, 교사의 재량으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활동마저도 ‘오감 체험’, ‘체육활동’ 등의 명목으로 외부강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불편하게 한 건 알림장 앱을 통해 확인한 사진 속 아이의 표정이었다. 매일 보는 사진 속 아이는 늘 어딘가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밝지 않은 분위기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구마 체험 사진을 본 날이었다.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고구마를 들고 있는 평범한 사진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어색하게 얹힌 체험 모자와 긴장된 아이의 표정만이 보였다. 그는 고구마 캐는 즐거움을 느끼는 대신, 단지 연출된 사진 속에 앉아 있는 듯이 보였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아야겠다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여정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유치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숲 유치원, 놀이 중심 유치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보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하기란 어려웠다. 그때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너가 좋아할 만한 곳이 있긴 한데, 3세반이 있는지는 모르겠어. 한 번 알아봐."
그곳은 지역 맘카페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유치원으로 유명했다. 아이들이 모기에 물려 오는 건 기본이고, 흙투성이로 돌아오기 때문에 흰 옷은 아예 입힐 수 없다는 글이 많았다. 대부분의 부모가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지만, 나는 그곳에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설렘과 약간의 걱정을 안고 그 유치원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유치원은 동네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소박한 모래 운동장은 오래된 외가를 떠올리게 했다. 원장님을 만나러 들어간 사무실(아뜰리에라고 불렀다)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따뜻한 노란 조명 아래 나뭇가지와 빨간 열매로 꾸며진 공간, 그리고 아이들의 작품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어머니, 앉으세요."
70세를 훌쩍 넘기신 할머니 원장님(원에서는 엄마선생님으로 통했다)이 말씀을 꺼내셨다.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계실까? 나는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듣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원장님이 질문을 던지셨다.
"어머니는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당황했다. ‘질문은 안 하셨으면 좋겠는데...’라는 마음이 스쳤다. 그러나 원장님의 질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폭탄처럼 쏟아지는 질문들 속에서 순간 ‘잘못 왔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내 아이의 교육에 대해, 그리고 부모로서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질문에 어버버하며 대답을 겨우 이어가던 나는 원장님의 다음 질문에 나는 울컥하고야 말았다.(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