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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포레스트 Dec 02. 2024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릿(GRIT)


"어머니, 들으셨어요?"
"네? 뭘요?"
"모모(첫째)가 줄넘기를 600개 넘게 했어요 오늘!!!"


10월의 마지막 날, 아이들은 소담스럽고 정겨운 유치원 놀이터에서 운동회에 진심으로 참여했다. 아이는 평소 말이 많은 편이 아니기에 줄넘기를 몇 개나 할 수 있는지, 자기가 줄넘기를 잘하는지에 대해 말해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7세인 이 아이가 600개를 넘겼다니 믿기지 않았다. 나도 사실 줄넘기 100개를 연속으로 걸리지 않고 하기가 쉽지 않은데, 600이라는 숫자는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렸다.



대화는 이어졌다.
"그리고 오래달리기도 운동장 95바퀴를 달렸어요!"
"네???!!!!"



물론 유치원의 운동장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학교 운동장과는 달리 한 바퀴가 30미터 정도 되는 작은 운동장이었다. 하지만 계산해보면 2850미터.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렸을 텐데, 이게 가능하다니 듣고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정작 운동회가 끝나고 집에 온 날, 아이는 나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걸 알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줄넘기를 그렇게나 많이 했어?"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아이의 대답은 야속하게도 짧다.
"몰라."


그날 저녁, 폭풍 같은 저녁시간을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집 앞 학교 운동장에 갔다. 늑목(?)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이에게 대놓고 물어보지 않고 툭 던지듯 무심하게 말했다. 작정하고 물어보면 절대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걸 알기에.


"줄넘기 600개 넘게 했다던데, 많이 힘들지 않았어?"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아이가 대답했다.
"어... 그냥 좀 하다 보니까 중간에 안 힘들던데? 그래서 계속 한 건데?"

자랑스러운 도전

생각보다 아이는 훨씬 많이 자라 있었다. 줄넘기를 하면서도 힘든 순간(데드포인트)을 넘어서면 찾아오는 평온함을 벌써 알아차리다니,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싶었다. 아이가 이미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7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선물은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결코 마음이 넓은 엄마도 아니었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거의 매일 운동장에서 함께 뛰고 놀았다. 다행히 활동적인 내 성향과 아이들의 활동성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문득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을 설명하는 책 *그릿(GRIT)*이 떠올랐다. 저자인 앤젤라 더크워스는 그릿을 ‘상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열정과 완수하려는 끈기’라고 정의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아이가 그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적 끈기를 가진 꾸준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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