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기도
그제도 오늘도 뒷목 잡는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참 복잡한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가정의 불안함과 사회의 부추김 속에서 알게 모르게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참 많다. 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고 끌어안아 주고 싶지만 때론 나도 그러기가 참 쉽지 않음을 느낀다. 계속 오늘의 힘든 장면들이 마음 속에서 반복재생 되었다.
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아 달리기를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땀을 흘리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샤워를 끝내고 수도꼭지를 잠그려는 순간, 한 문장이 돌연 마음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늘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아이들, 사실은 기도가 많이 필요한 아이들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그렇게 며칠 동안 내내 내 뒤를 따라다녔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심 어린 반가움과 격정어린 몸짓으로 두 아들이 나를 향해 뛰쳐나왔다.
“엄마!!!!!!!!!”
격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나니 둘째아이가 주섬주섬 종이 가방을 들고 나온다.
“엄마, 이거 내 친구들이 엄마 주래. 메시지도 썼어.”
“엥? 갑자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침에 둘째아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원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고, 친정아버지가 그 사과를 조각내어 아이들 수만큼 챙겨주셨다고 했다. 그걸 먹은 친구들이 엄마에게 감사 메시지를 쓰자고 했다는 것이다.(이후에 선생님과 통화해보니 이전에 친정엄마가 아이들 먹으라고 싸주신 감과 내가 원에 드렸던 자연관찰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함께 모아서 메세지에 담은 것이라 하셨다)
아이고, 귀여워라. 너무 귀엽고 예뻐서 아이들 하나하나를 꼭 끌어안아 주고 싶었다.
그리곤 바삐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 메뉴는 제사 나물에 계란프라이 하나만 얹은 나물비빔밥. 모두가 맛있다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그러던 중 둘째아이가 앞뒤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크게 외쳤다.
“엄마는 내 에너지야~~~!”
순간, 큐피드의 사랑의 화살이 내 심장을 꿰뚫는 듯 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저런 고백을 듣다니! 몇 일 동안 내 안에 깊이 뿌리내렸던 부정적인 감정이 완벽하게 사르르 녹아 버렸다.
그 말을 들은 친정아버지께서도 한마디 거드셨다.
“포도(둘째태명)는 내 에너지야~~!”
그러자 둘째가 재빨리 받아쳤다.
“아니야! 나는 엄마 에너지야!”
가족 모두가 깔깔 웃고 떠들며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하였다.
그래,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나의 일상,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세상이 힘든 아이들을 위한 마음.
종교는 없지만 모든 이들을 위한 마음을 담아 기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어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