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여기다, 마

아이의 수줍은 미소가 상상되던 그 곳

by 샤인포레스트

일사천리로 진행된 집 구하기. 제주 땅을 밟은 지 몇 시간 만에 우리의 보금자리가 결정되었다. 그런데 어라, 시간이 너무 남네? 그럼 첫째 아이가 다닐 학교를 한 번 가볼까?


그래, 좋아!


원래부터 살고자 점찍어뒀던 동네 주변에 초등학교가 몇 개 있었지만, 사실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한 곳을 정해두고 있었다. 우연히 블로그에서 본 학교 내부 사진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공간이 주는 힘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고 그런 걸 따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매일 시간을 보내는 집과 그 외의 공간들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는 생활 그 이상이라는 것을.


보통 학교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긴 복도와 그 옆에 교실들이 줄지어 있는, 우리의 부모님이 다니셨고, 우리가 다녔고,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대부분은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한 구조이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마치 복도식 아파트처럼 한쪽 벽면을 따라 교실이 길게 연결되어 있었고, 교실 반대편의 공간은 천장까지 탁 트여 있었다. 마치 교회나 성당의 내부 공간처럼 교실 반대편 공간은 뻥 뚫려 있다. 학년에 상관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탁구를 칠 수 있는 공간 등 전교생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가끔 행사를 할 때는 1층에서 진행하기도 한다고 블로그의 글에서 보았었다. 그 구조가 너무 흥미로워서 꼭 직접 가서 보고 싶었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시간대에 학교를 방문했다. 방문증을 받고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교내를 둘러보았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 저곳을 살폈다. 교실도 살펴보고 아이들의 쉼터 공간도 구경했다. 직접 와서 아이들이 공연을 한다는 공간을 살펴보니 공연이 가능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천장이 높아 소리가 모여서 울리기 때문에 마치 공연장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남편의 뒷모습이 심상치 않다. 걸음걸이가 점점 빨라지고, 연신 눈을 굴리며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살폈다. 마치 다음날 소풍을 앞두고 설레여서 땅에서 2cm쯤 떠있는 어린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국민학교 시절 오전반과 오후반의 끝자락을 경험한 아빠에게 이 넓고 탁 트인 실내 공간과 햇살이 쏟아지는 운동장은 마치 본인이 다닐 학교를 본 것처럼 기대가 되었나보다.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표정이 밝고 생기 있었다. 운동장에서 햇볕을 받으며 산책 중이던 한 분이 우리에게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셨다. 학교 구경하러 왔다고 설명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고는 이내 다시 힘차게 운동장을 걸으셨다. 아마도 교장선생님이신 듯 했다.


학교를 돌아본 뒤, 남편이 말했다.
"딱 여기다, 마!"

후후, 그래그래. 여기야.
다른 곳을 둘러볼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곳이 우리 아이의 학교가 될 것이다. 아이가 이곳에서 다닐 모습을 상상하니, 교실 안에서 수줍지만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여기면 충분해.


그렇게 집에 이어 아이의 학교까지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듯한 속도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어라? 시간이 또 남아버렸네?
그럼 내일 가려고 했던 둘째의 어린이집을 미리 보러 가볼까?
그래, 그러자!




영혼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언제나 확실히 알고 있다.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것이라면 자신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 샘 혼


KakaoTalk_20250218_103100694.jpg 넓디 넓은 제주의 바닷가


비행기를 타기 전, 계속 되뇌었던 기도.
신이 있다면, 부디 우리에게 주는 힌트를 우리가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기를.

결코 가벼운 선택들은 아니었지만, 툭툭 가볍게 선택할 수 있기를.


그렇게 두 번째 선택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마지막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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