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어린이집
정말 삽시간에 우리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을 단 3시간 만에 끝내버렸다. 그런데도 시간이 남는다. 이 시간을 희희낙락 그냥 차 한잔 하며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웠다.
"우리 그냥 둘째 어린이집도 오늘 다 돌아볼까?"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 어린이집 방문 가능할까요?"
"네네, 오세요~~"
첫 번째 방문한 어린이집. 건물 앞에 꽤 넓은 잔디밭이 있고, 미끄럼틀이 있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아저씨, 누구예요?"
"왜 왔어요?"
나는 꾸밈없는 아이들이 참 좋다. 어른스러운 말투나 과하게 예의 바른 태도보다는 아이답게 솔직한 모습이 훨씬 더 사랑스럽다.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아이들을 보면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 때문일지도.
"들어오세요, 그런데 지금 원장님이 안 계세요."
1층과 2층을 찬찬히 둘러보며 아이들의 생활공간을 살펴보았다. 규모도 꽤 크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점은 좋았다. 점수를 매긴다면… 음, 80점?
괜찮긴 한데, '여기다!' 하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다음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어? 어린이집이 없네?
2023년에는 분명 어린이집에 대한 후기 글도 있었고, 질문도 많았는데, 막상 가보니 간판조차 사라져 있었다.
어리둥절한 채 1층에 있는 헤어샵로 들어가, 마치 아이돌 같은 미소년 원장님께 여쭤봤다.
"여기 어린이집 없어졌어요."
… 그렇게 내 심장만 잠시 호강하고 끝.
제주는 부지가 넓어서인지, 어린이집 옆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 많았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곳도 원장님이 안 계신다.
안을 둘러보니 아이들이 낮잠을 자거나 이동하는 중이었다.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지만, 왠지 모르게 선생님들도 지쳐 보이고, 아이들도 활기차다는 느낌이 없었다.
밖으로 나와 남편과 마주 보며 고민했다. “오늘 본 두 곳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나?”
사실 애매했다.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때 마침 원장님이 들어오셨다.
하이톤의, 아주 친절한 원장님. 설명을 많이 해주셨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확신이 들었다.
'아, 이곳은 절대 아니구나!'의 확신!
원장님의 교육 방식이 우리와 전혀 맞지 않았다. 정해진 월별 교육 목표에 따라 교육과정이 구성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놀이 활동을 구성하며, 인성 관련 내용을 외우고 쓰게 하는 방식. 과연 5세 아이에게 이런 교육이 정말 도움이 될까?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에게는 마음껏 뛰어놀고, 모래 위에서 뒹구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인성 교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원장님께서 우리가 주변의 다른 어린이집을 더 둘러보았는지 물어보셨다.
"여기 주변 어린이집 다 가보셨죠? ○○ 어린이집이나 ** 어린이집도요?"
어라? 거긴 생각도 안 해봤던 곳이다.
"그럼 거기도 가보자!"
앞서 본 두 곳이 100% 마음에 들진 않았고, 시간도 남았으니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십여분을 더 운전해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네 번째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왠지 여기 같은데…?"
역시나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원장님께서 직접 우리를 맞아주셨다. 이것도 우연은 아니겠지.
새로 갈 집에서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차량 운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살짝 고민되었다. 하지만 대화하면 할수록 이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원장님의 철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둘째가 이곳에서 웃으며 지내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사르륵 녹으며 안심이 되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일정이 5시간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럴 수 있을까? 집, 학교, 어린이집까지 단 하루 만에 모두 결정하다니.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계약!
이것도 일사천리로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띠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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