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만에 인생 결정 끝내기
모든 것이 놀라울 만큼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토록 단번에 결정될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계약.
계약이란 무엇인가?
[출처: 네이버 사전]
우리가 선택한 이 집을 진짜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마지막 관문. 바로 계약서를 쓰는 순간, 우리의 선택은 확정이 되고 그때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결정이 눈에 보이는 현실로 전환된다.
첫째 아이가 다닐 학교에 문의해 보았더니, 1학년 입학이라 2월 초 마지막 반 배정 작업이 끝나기 전에 계약서 등의 서류를 보내주면 입학 확정이 되어 더욱 좋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유인즉슨, 원래 13명씩 두 반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는데, 한 명의 결원이 생겨 25명 한 반으로 조정된 상태라고 했다. 누군가 한 명이 와주길 간절히 기다리던 차였다 하셨다.
‘그 간절히 기다리시던 한 명, 바로 여기 있습니다요!!!’
삶은 신기하다. 우연이라 여겨지는 일들도 실은 내게 꼭 필요한 순간에 찾아와 나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한 삶의 힌트를 눈치채고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가능한 한 빠르게 계약을 끝내는 것.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계약할 집의 중개인은 서울에 있었고, 집주인 또한 서울에 계셨다. 전화를 걸어 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여쭤보니 서로의 중간지점인 대전에서 만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돌아왔다. 최대한 계약을 빨리 진행하고 싶다고 하자, 이번 주 일요일에 대전에서 보자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야 하니 하룻밤 대전에서 묵어야 할 텐데, 대전 어디에 숙소를 정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또 연락이 왔다. 연휴 직전이라 차편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첫째, 등기로 계약서를 받아서 진행하는 방법.
둘째, 2월 초에 직접 만나서 계약하는 방법.
신랑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신랑이 마치 머리에 섬광이 스치듯이 나에게 말했다.
“그냥 서울로 가자. 어차피 우리 비행기 타고 부산 들렀다가 다시 진주 갈 거였잖아. 내일 아침 서울 가서 계약하고 진주로 가면 되지.”
급하게 서울행이 결정되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으려고 콩 꺼내다가 모든 게 다 끝나버릴 듯한 속도로 일들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계약 시간은 다음 날 오후 1시, 장소는 서울 왕십리의 어느 부동산.
당장 서울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원래 계획은 제주 바닷가를 한 번 거닐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여유롭게 제주를 떠나는 것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서울을 가야 한다니! 그래도 제주를 떠나기 전에 흑돼지는 꼭 먹고 가야 했다. 맛있게 열심히 먹다 보니 남편과 갑자기 웃음이 났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 뭐 거의 삿포로에 우동 먹으러 간 것처럼 제주도에 흑돼지 먹으러 비행기 타고 왔다가 가는 느낌인데?!
다음 날 아침, 택시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불과 어제 아침에도 이곳에 있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날짜 감각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 시간 후, 우리는 김포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문제는, 진주로 돌아가는 기차표가 모두 매진됐다는 것.
버스표는 남아 있었지만, 노트북 두 대와 캐리어를 들고 계약을 마친 뒤 저녁까지 기다리는 건 너무나도 고된 일이었다. 어제 하루 동안 압축된 긴장감이 이제야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피로감이 마치 터진 연고처럼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냥 비행기 타자.”
다행히 오후에 사천행 비행기가 한 편 남아 있었고, 예약도 성공했다. 문제는 이제 시간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부동산까지 한 시간, 30분여의 계약을 마치고 공항까지 다시 한 시간.
그리고 불과 50분 뒤, 3시 50분 비행기를 타야 한다.
계약 약속 시간은 1시.
과연 한 치의 오차 없이, 이 모든 일정을 완수할 수 있을까…?